비정한 바다에서 덧없는 노젓기
by오현주 기자
2021.07.13 03:30:00
슈페리어갤러리 김성수 개인전 '양가감정'
들끓는 욕망, 공허한 정신, 덧없는 삶…
감각적인 시선으로 들여다본 현대사회
풍요·빈곤 화려·남루 등 양가감정 섞여
| 김성수 ‘솔리스트’(Solist·2017∼2021),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194×130㎝(사진=슈페리어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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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돛도 없는 작은 배를 노 저어가는 한 사람. 형체를 가늠할 유일한 저이가 깊은 수렁에 빠진 듯하다. 짓눌린 하늘과 바다가 요동을 치고 있으니. 이 강렬한 화면은 작가 김성수(52)가 표현한 ‘현대사회’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묘사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나 보다. 들끓는 욕망을 그리고, 공허한 정신을 그리고, 덧없는 삶을 그린다고 하니. ‘솔리스트’(Solist·2017∼2021)가 그 쉽지 않은 작업 중 한 점이다. 풍경을 사라지게 해 ‘부재’에 대한 막막함·상실감을 드러냈는데, 굳이 영역 구분을 하자면 ‘덧없는 삶’ 편에 속할 터다. 그 복잡한 감정을 끌어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사진이미지를 지우고, 물감을 뿌리고, 덧그리는 과정을 통해 ‘사라짐’을 현실화하는 거다.
그리드로 엉켜낸 대도시의 욕망을 집약한 ‘메탈리카’ 연작, 네온색채 속 텅빈 도시인의 심상을 은유한 ‘네온시티’ 연작 등, 정신과 내면을 기호와 도형으로 바꿔낸 시도는 더 있다. “만물이 가진 양가감정에 매료돼 왔다”는 작가가 풍요와 빈곤, 화려함과 남루함, 다정과 비정 등 도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을 이렇게 뭉쳐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작가의 개인전 ‘양가감정’(Ambivalence)을 열고 있다. 전시는 20일까지.
| 김성수 ‘메탈리카’(Metallica·2012), 캔버스에 오일·아크릴, 194×130㎝(사진=슈페리어갤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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