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유의 웹툰파헤치기]전설의 찻잔을 쟁취하라… 레진코믹스 ‘골동’

by김정유 기자
2020.06.20 06:00:00

골동품과 도굴꾼 등 쉽지 않은 소재 채용
골동품을 통한 복수이야기, 독특한 주제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사람들은 영화, 소설, 만화 등을 통해 현실적인 이야기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동시에 추구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반복적이고 획일적인 현실 삶에선 접해보지 못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분야들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 역할도 한다. 레진코믹스 ‘골동’은 일반 독자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했을 ‘골동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독자들에게 친숙하지 않지만 궁금증을 유발하는 주제인만큼 소재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유발한다.

첫 인상은 과거 윤태호 작가의 ‘파인’과 비슷했다. 골동품을 쟁취하려는 도굴꾼과 조폭, 이들의 싸움을 그려낸 ‘파인’은 세밀한 스토리와 골동품에 대한 정보로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레진코믹스 ‘골동’도 첫 시작을 매우 미스터리하게 끊는다. 스님과 여기자, 그리고 골동품을 설명해주는 청년. 이들의 조합으로 ‘파인’은 시작한다. 도입부부터 뭔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이끈다.



주인공은 절 ‘아미사’에서 동자승으로 자란 ‘영민’이다. 주지스님 ‘무형’의 영향으로 도자기 전문가가 됐다. 영민은 오랜기간 도자기를 사고 팔며 무형에게 큰 돈을 안겨준다. 무형은 스님이지만 과거 탐욕의 상징이던 도굴꾼으로, 절에서도 끊임없이 골동품들을 사들인다. 무형의 품을 떠나고자 했던 영민은 그에게 퇴직금 차원에서 도자기 하나를 골라 갖는다. 영민은 무형이 알아보지 못할 고가의 보물인 찻잔을 갖고 하산한다. 찻잔의 진가를 알고 있는 이후 영민은 TV프로그램을 통해 찻잔을 감정받고 세간의 골동품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는다. 이 찻잔은 따듯한 물을 부으면 부처의 형상이 떠오르는 전설의 도자기 ‘도선대사의 찻잔’이었기 때문.

승승장구를 꾀하던 영민은 같이 절에서 컸던 동료 ‘민봉’에게 뒤통수를 맞는다. 찻잔의 진가를 뒤늦게 알았던 무형이 민봉을 시켜 영민을 잡았던 것. 하지만 같이 커왔던 일련의 정이 있던 민봉은 영민이 탈출할 수 있게끔 도와줬고 영민은 우연히 고물상 달근의 눈에 띄어 구사일생한다. 몸을 회복한 영민은 달근이 모아둔 골동품들을 이용해 무형에게 복수의 칼날을 간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복수다. 매개체가 되는 도구가 골동품일 뿐이다. 때문에 처음 접했을 땐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나지만 중후반부부터는 일반적인 복수물이 된다. 다소 아쉽다. 작화의 경우도 캐릭터들의 표정과 얼굴, 행동들이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느껴진다. 특히 각 캐릭터들의 얼굴이 연출신마다 달라지는 부분이 꽤 눈에 띄어 독자 입장에선 혼란이 있다. 연출 역시 매끄럽게 연결되기 보다는 다소 툭툭 끊기는 부분이 아쉽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소재인 골동품을 통해 스토리를 엮어 가려는 작가의 시도가 참신하다. 후반부로 가면 갈 수록 작화도 안정감을 찾는 듯한 모습이다. 이 작품은 작가 공모전 출품 후 처음으로 완결한 웹툰인만큼 의미가 있다. 완결회차까지 다 보고 나면 마치 유명 만화인 ‘타짜’의 골동품편 같을 정도로 주인공 영민이 스토리를 이끄는 방향이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