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한미 공조, 제대로 되고 있나

by최은영 기자
2019.03.04 05:00:00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종전선언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 지난달 25일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한 말이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많은 언론들은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와 상응조치에 합의할 것이기 때문에, 합의 이후의 상황을 주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표명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이런 언급은 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비롯된다. 한반도 운전자론을 비롯해 신한반도 체제라는 것은 우리가 충분한 역량을 가져야 가능한 것들이다. 이런 역량 중 가장 핵심은 정보력과 그 정보력에 바탕을 둔 치밀한 계획 수립과 이행이다. 그런데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를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만일 정부나 청와대가 조금이라도 2차 북미정상회담이 삐걱거릴 가능성을 눈치 챘다면, 이런 식의 주장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 간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거나, 우리 정부의 정보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만일 우리 정부의 정보력이나 한미 간의 정보 공유에 문제가 전혀 없었음에도 정부가 이런 식의 주장을 했다면 그건 상황을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해석한 결과이고, 이는 정부의 판단력이 형편없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 그래서 정보력 혹은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데, 만일 정보력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면 이는 한미 공조의 현재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북미 간의 회담에서 갑자기 미국이 몰랐던 정보를 알게 돼 회담을 결렬시켰거나, 북한의 반응이 원하던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담을 틀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은 이번 회담을 위해 치밀한 준비를 했고 회담에서 준비한 증거를 북한에게 들이밀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이는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한 언급을 봐도 알 수 있다. “영변 핵시설 폐기보다 더 많은 걸 없애야 한다. 그들은 아마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 같다”는 언급이 그것인데, 이와 관련해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도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핵)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언급을 종합하면 미국은 회담 이전부터 이미 상당한 구체적 증거들을 확보했고, 미국은 회담에서 이를 공개해 북한의 반응을 떠 보려는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만일 한미 간의 공조가 잘 이루어지고 상호간의 신뢰가 돈독했다면, 미국은 우리에게 회담 전에 약간의 귀띔을 해줬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미국의 사전 준비과정에 대한 정보가 우리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가장 먼저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는 점을 들어 한미 공조에는 이상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외교적 형식에 관한 문제일 뿐, 동맹과 신뢰의 핵심인 정보 공유는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한미 간에 보다 돈독한 관계를 형성해야 함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를 통해 보다 돈독한 한미관계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한미 간의 공고한 신뢰 형성에 보다 많은 힘을 쏟지 않으면 운전자는 고사하고 정부의 주장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릴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정부는, 자신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한미 공조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