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구속…"혐의 소명·증거인멸 우려"(상보)

by이승현 기자
2019.01.24 02:03:24

혐의소명 판단…7개월 사법농단 수사 최고 성과
檢, 정식재판서 유리한 고지…나머지 연루자 일괄기소 방침
초유의 사태로 법원 내부서 檢 수사 두고 내홍 벌어질 우려

‘사법농단’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사법농단 의혹’ 정점인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이 지난해 6월부터 본격화한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명재권(52·27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양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이날 오전 1시 57분쯤 영장을 발부했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양 전 원장은 법원 결정으로 그대로 수감됐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며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경과와 피의자의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15일 양 전 원장에 대해 3차례의 피의자 소환조사를 한 뒤 1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공무상 기밀누설 등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다수의 재판개입과 법관 블랙리스트 등 사법농단을 단순히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게 아니라 직접 수행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양 전 원장이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개입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및 검찰 내부정보 유출 △법관 사찰 및 인사 불이익 △공보관실 운영비로 비자금 3억5000만원 조성 등에 직접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양 전 원장이 박병대(62)·고영한(64)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및 임종헌(60·구속기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함께 공모관계라고 판단한 상태다.



법원은 이번 영장심사에서 검찰의 주장을 사실상 대부분 받아들였다. ‘실무자가 알아서 했다’거나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양 전 원장 주장은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양 전 원장 구속으로 직권남용 등 핵심 혐의가 성립함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셈이 됐다. 검찰은 향후 정식 재판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검찰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와 박근혜 청와대 고위인사 등에 대해 일괄기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부는 전직 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내홍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부 법관들은 검찰이 양 전 원장에 대해 법적 구속사유가 없는데도 여론에 기대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고법 부장판사 등 중진급 법관들은 김명수(59·15기) 대법원장이 검찰 수사의 길을 열어줘 이 사태를 초래했다고 비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혁 성향의 젊은 판사들은 사법부 개혁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어 사법부 내부갈등이 촉발할 우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