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시세보다 싸면 뭐하나…20·30대엔 '그림의 떡'
by성문재 기자
2019.01.15 05:00:00
신혼부부 10가구 중 7가구, 부모 도움으로 집장만
공급자 중심 공급방식…세심한 배려없어
"주거 안정책에 부모 경제력 반영해야"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정부가 신혼부부나 사회적 약자 등을 위해 공급하는 공공주택들이 공급자 중심의 공급방식에서 벗어나 수혜자 입장을 감안해 보다 세심한 정책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주택의 공급물량이 현실적으로 제한적인데다 주택가격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소위 ‘금수저’와 ‘흙수저’가 동일한 입주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주거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대상에 맞는 지원책과 관련 상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14일 목원대 연구팀이 전국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897쌍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주택구입을 위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가구가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자가주택 점유율이 높았다. 전체의 73.7%(661쌍)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이 가운데 58.5%인 387쌍이 자가주택을 마련했다.
반면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 236쌍(26.3%) 중에서는 절반 이상인 124쌍이 전세나 월세로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 여부뿐만 아니라 부모의 경제적 지원 규모에 따라서도 신혼부부의 자가주택 점유확률이 크게 차이났다.
주택구입을 위해 부모가 3억원 넘게 지원한 신혼부부 가구의 경우 부모로부터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한 가구에 비해 자가주택에 거주할 확률이 약 25배 높았다. 1억5000만원 이상 3억원 이하 지원받은 경우는 자가주택 점유확률이 4배 정도, 1억5000만원 이하를 지원받은 경우는 1.8배로, 지원금액의 크기에 따라 신혼부부의 자가주택 점유확률은 상당한 격차를 보였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경우 주택담보대출 등이 주택구입자금 조달의 주요 창구였다. 449쌍(50.1%)이 주택구입을 위해 대출을 받았고 448쌍(49.9%)이 대출을 받지 않았다. 대출을 받은 449쌍 중 63.7%(286쌍)가 자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반면 대출을 받지 않은 448쌍에서는 자가주택 점유비율이 54.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측면에서도 대출금액이 커야 자가주택 점유확률이 높았다. 주택구입을 위해 자금대출을 받은 금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가구는 대출을 받지 않은 가구보다 13배, 대출금액이 1억원 이하인 가구는 3배 이상 자가주택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재우 목원대 금융보험부동산학과 교수는 “신혼희망타운 등 공공주택이 주변시세보다 70~80% 저렴하게 공급된다고는 하지만, 주택가격이 비싼 서울·수도권에서는 이런 주택도 분양가격이 3억~4억원을 넘는다”며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사회초년생 등 정책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계층 입장에서 볼 때 단순히 시세보다 낮다는 것만으로는 실제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부의 되물림이 일반화된 상황에서 신혼부부에 대한 주거안정지원정책이나 대출정책에는 해당 가구의 소득이나 순자산 수준만을 요건으로 둘 것이 아니라 부모의 경제력 지표도 적정수준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전국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가운데 결혼 후 만으로 6년이 지나지 않고 결혼 시점 연령이 40대 미만이며 주거이동 경험이 없는 부부를 대상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