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주택시장]“시장 호황기” vs “강남發 착시현상”…전문가들 갑론을박

by박태진 기자
2016.08.19 05:34:00

“호황”.. 저금리에 안전자산으로 돈 몰려
서울 강북도 2006년 고점가격 넘어서
과잉 공급? 시장에서 충분히 소화
“착시”.. 서울만 집값 대폭 상승…경기도는 찔끔
일부지역 가격 조정·거래량 감소
2년 뒤 역전세난·집값 하락 우려

[이데일리 박태진 원다연 기자] “지금은 대세 상승기다. 앞으로 입주아파트 물량이 늘어도 소화 가능할 것이다.” vs “강남권 등 서울지역만 호황이다. 입주 몰리면 집값 도미노 하락이 불가피하다.”

가계대출 부실을 우려한 정부의 잇단 금융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알리지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올 1월 0.08%(전월 대비) 상승에서 지난달 0.14% 오르면서 상승폭이 커졌다. 3.3㎡(1평)당 전국 평균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1186만원에서 1205만원으로 올랐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도 9만 5000여건으로, 7월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반면 청약시장은 지역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고, 전세시장도 일부 지역에선 역전세난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주택시장이 호황이다’, ‘호황이 아니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또 2017~2018년 입주 물량이 몰려도 큰 문제가 안된다는 의견과 집값 하락으로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전경
현재 주택시장을 순환주기상 상승기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중도금 대출 규제는 분양가 상승 억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집값 상승세는 이미 시작된 만큼 흐름을 거스르긴 힘들어 보인다”며 “분양가가 내려가도 장기적으로는 주변 시세에 맞춰 오르기 때문에 향후 집값 상승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도 “서울 강남지역 뿐 아니라 강북권 아파트들도 2006년 고점 가격을 넘어선 곳이 많아 시장은 이미 대세 상승세에 접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며 “큰 이슈가 없고 금리도 낮아 당분간 이런 집값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동력”이라며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당분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은 호조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반면 현재 집값 상승세는 서울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일뿐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는 곤란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신공항 건설과 평창동계올림픽 등 개발 호재가 있는 제주도와 강원도 등을 제외하곤 서울만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 들어 강남지역을 비롯해 서울 집값은 크게 상승한 반면 경기도와 인천은 오름폭이 크지 않다”며 “강남권 상승세를 전체적 현상으로 보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금리가 워낙 낮아 투자 욕구가 많은 시기이지만 저금리 기조가 영원히 이어질 수 없다”며 “가격이 단기 급등한 지역에서 추격 매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도 “최근 들어 가격이 조정되는 지역도 있고 입주 물량 많은 지역에선 거래량이 줄어드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어 서울·수도권 시장 전체를 호황 장세라고 진단하기는 어렵다”며 “이미 시장에서 가격 조정 및 둔화 현상이 시작된 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내년과 2018년 입주아파트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는 2017년과 2018년 전국에 입주하는 아파트는 총 70만 가구에 육박한다. 이로 인해 전세 물량이 넘쳐 집주인이 전셋값을 빼주기도 어려운 역전세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그렇지만 이런 혼란한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단기간의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란 의견이 있는 반면 중장기 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입주 물량이 쏟아지는 2년 후 금융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가격 하방 압력’으로 인해 역전세난이 발생하고 입주 물량 공실이 늘어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입주 물량이 넘치면 역전세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전세가격이 빠지며 전세 회귀 시대가 올 수 있기 때문에 갭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공급량이 넘쳐도 시장에서 소화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역전세난이 잠시 나타나면서 가격이 조정될 수 있지만 2030년까지 인구가 늘어나고, 재건축 단지 멸실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집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팀장도 “이미 공급 물량이 많은 지방은 입주가 늘면 힘들겠지만 서울은 경기권으로 빠져나갔던 전세 수요가 다시 돌아와 충분히 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