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에 빠진 기업들]①'삼성·대우차'의 부활?

by김형욱 기자
2015.02.13 01:01:00

[비즈니스 X파일]
삼성·LG, 배터리·전장부품 앞세워 영향력 확대
포스코·대우인터, 사우디 완성차사업 참여 추진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생필품’이다. 시장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올해 자동차 판매 전망은 8710만대(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다.

대당 1000만원으로 계산하면 시장 규모는 871조원이다. 대한민국 예산의 2.4배다. 부품·서비스·중고차 같은 연관산업까지 포함하면 더 커진다. 수많은 기업은 이 때문에 자동차 산업 진출에 관심이 크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국내 대기업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자동차 산업과 무관해 보이던 기업도 자동차 시장에서의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가세했다.

요동치는 신흥국 시장, 친환경·자율주행자동차 연관산업의 폭발적인 발전 등 지각변동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다.

*SK그룹 중 중고차 매매업은 SK네트웍스가 아닌 SK C&C(SK엔카)임.
삼성그룹에게 자동차 사업은 쓰린 추억이자 발전 가능성 큰 미래 먹거리다.

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현 르노삼성)를 설립했으나 1997년 IMF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손을 떼고 그 이듬해 프랑스 르노에 매각했다. 그러나 삼성생명(032830)이 르노삼성 지분 일부를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줄곧 복귀설이 나왔다. 2009년 쌍용차(003620) 법정관리 땐 인수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삼성의 완성차 사업 재진출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따금 나오는 복귀설도 대부분 외부에서 나올 뿐 내부적으론 미동도 없다. 게다가 자동차 사업에 애착이 컸던 이건희 회장도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사업에 대한 의지는 분명하다. 친환경차의 핵심인 △배터리 사업(삼성SDI(006400))부터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반도체(삼성전자(005930)) △전장부품(삼성전기(009150))까지 사업 영역을 두루 키우고 있다. 차와 IT를 잇는 매개체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세계 1위인데다 차와 연동하는 기술 일부는 이미 상용화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BMW 회장 등과 친분이 있다. 특히 세계 4위 자동차 회사인 르노-닛산과는 자회사 르노삼성을 통해 지분관계(르노 80.1%, 삼성카드 19.9%)를 유지하고 있다.

LG(003550)도 마찬가지다. 배터리(LG화학(051910)), 전장부품(LG이노텍(011070)), 차량용 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034220)) 등 자동차 부품 전반에서 파이를 키우고 있다. 특히 현대차(005380)그룹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등 ‘러닝 메이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세계 최대 부품사인 독일 보쉬는 직접 차를 만들지 않지만 BMW·폭스바겐 등 자동차 회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삼성·LG도 IT·화학 분야 기술력을 바탕으로 그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밖에 효성(004800)과 SKC(011790) 코오롱(002020) 한화(000880) 등 소재기업도 자동차용 소재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OCI에서 분리한 불스원은 특이하게 자동차 애프터마켓용 사업에 진출해 최근 급성장 중이다.

포스코(005490)는 아예 자회사 대우인터내셔널(047050) 주도로 완성차 사업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함께 2017년까지 연산 15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을 짓고 ‘국민차’를 생산키로 한 것이다. 15% 전후 지분투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과거 대우그룹 시절 해외 자동차 공장 운영 경험이 있고 지금도 자동차 부품 거래를 통해 연 1조원 이상의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포스코는 이 과정에서 자동차용 강판 판매 확대 등 부수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자동차 강판 판매량은 800만t을 넘어섰다. 전체 판매량(3434만t) 중 약 23%다. 올해도 고급 강재를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모색한다. 지난해 6월엔 인도에 자동차용 강판 생산을 시작했고 10월엔 태국 강판 생산시설을 착공했다.

특히 최근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현대제철(004020)이 자동차용 강판의 신흥 세력으로 부상하면서 제품 고급화와 국내외 판로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5일 기업설명회에서 “자동차 산업은 철강 산업을 먹여 살린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동차 강판 시장의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렌터카, 중고차 같은 자동차 유통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유통은 완성차나 부품 제조사업보다 리스크는 물론 진입 장벽도 낮아 이종(異種)기업이나 중견기업도 도전할 수 있다. 부동산과 금융 부문으로 그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레미콘으로 시작한 아주그룹에서 분리한 AJ렌터카 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말 시작한 kt렌탈 인수전에 유력 인수 후보인 SK네트웍스(001740)와 한국타이어(161390)는 물론 롯데와 GS, 현대백화점 등이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SK네트웍스는 이미 정비·중고차·주유소 사업을 영위하며 ‘토털 자동차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선 국내 중고차 업계 1위 SK엔카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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