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백화점'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by김재은 기자
2014.12.08 06:00:00

불경기에도 매출 감소..중기·중견 비중 90%이상 유지
전문가, 인큐베이터로 여타 백화점 판로 열어줘야

[이데일리 김재은 채상우 기자]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유통 채널을 마련해 주고자 생겨난 ‘행복한백화점’이 딜레마에 빠졌다. 불경기 속에 저렴한 제품을 찾는 실속 구매수요는 일반적으로 늘고 있지만, 정작 행복한백화점 매출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자료:중소기업유통센터
7일 행복한백화점을 관리하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 따르면 행복한백화점의 올해 11월까지의 매출은 548억원을 기록했다. 2010년 755억원에 비해 27.4%(207억원)나 줄어든 수치로 행복한백화점 매출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행복한백화점은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지난 1999년 서울 목동에 문을 연 국내 최초 중소기업제품 전용백화점으로 규모는 9666평에 달한다.

박인봉 행복한백화점 사업단장은 “올해 연말까지 순수 백화점 매출은 620억~630억원정도로 예상된다”며 “지하에 입점한 농협하나로, 5층 식당가와 메가박스 등의 임대료를 포함할 경우 1000억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길 건너편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목동점(7000억원 내외)에 비해 10분의 1수준에 그친다.

현재 행복한백화점에 입점한 업체 중 95.7%(178개)가 중소·중견기업이다. 대기업과 외국업체는 4.3%(8개)에 불과하다. 현재 여기에 입점된 대기업은 제일모직, 코오롱(002020), LG생활건강(051900) 등이다. 수입업체는 코치(Coach) 단 한 곳 뿐이다. 이처럼 대다수의 입점업체가 중소기업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지만, 누구나 잘 아는 대기업 브랜드를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

행복한백화점 설립 취지에 맞게 중소기업 제품의 유통채널로 역할을 하되, 원스톱 쇼핑을 위해 대기업 브랜드 입점을 10%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4층에는 1215개의 중소기업이 빼곡히 자리한다. 소비자 반응을 살펴 여타 유통채널로의 확대 가능성을 타진하는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고 있다. 히트500대 상품 코너에 자리잡은 박찬진 하이홈코리아 이사는 “어제, 오늘 손님이 10명 왔지만, 이런 기회를 주는 것에 감사하다”며 “우리같은 중소기업은 유통채널 자체가 없어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겐 소중한 채널이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행복한백화점을 찾은 목동에 사는 주부 김정화(48)씨는 “백화점이라는 인식보다는 할인점이나 아웃렛같은 느낌이 있어 손님들이 덜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화곡동에 사는 이선미(42)씨는 “가격은 싸지만, 디자인이나 질은 (여타 백화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좋아 자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백화점으로 붙이다 보니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려는 당초 취지와는 엇갈린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백화점으로서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지난달 말 사흘간 마련한 구찌·프라다 등 ‘명품백 판매’ 행사는 큰 흥행도 거두지 못한 채 논란만 일으켰다. 외국 명품제품을 중소기업 유통채널에서 파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임시 임대업체가 사흘간 빌려 병행수입한 명품 행사를 진행했을 뿐 상설매장은 아니다”라며 “현재 입점된 코치 매장도 계약기간이 남아 있지만, 원만하게 해지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프라다 등을 병행수입해 판매하는 오르루체라는 업체는 2010년 3월 입점한 뒤 3년 5개월만인 지난해 8월 철수했다.

전문가들은 행복한백화점이 중소기업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백화점 시장에서 행복한세상 백화점 하나로 중소기업 매출을 키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여타 백화점 3사 등과 제휴해 여기서 어느정도 잘 팔린 제품들을 여타 백화점 등 유통채널로 입점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이 이미 성장한 브랜드만을 입점시키는 것을 선호하는 상황이기에 정부가 행복한백화점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의 품질 검증 역할과 마케팅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행복한백화점 외부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