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마술이 만났을 때…눈 의심케 하는 '매직컬'

by이윤정 기자
2013.12.09 07:08:00

''고스트'' LED 영상·공중부양 마술
''카르멘'' 이은결표 서커스 매직 선보여
최첨단 LED영상과 함께 시너지 효과
"드라마와 얼마나 결합하는지가 관건"

뮤지컬 ‘고스트’의 한 장면. 최첨단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샘 역을 맡은 배우 주원이 문을 통과하는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해냈다(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1990년 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사랑과 영혼’. 페트릭 스웨이즈와 데미 무어 주연의 영화는 명곡 ‘언체인드 멜로디’와 ‘도자기 신’ 등을 탄생시키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영화의 묘미는 벽을 통과하고, 사람의 몸을 드나드는 영혼의 세계. 억울하게 살해당한 후 영혼이 되어 사랑하는 연인 곁을 맴도는 샘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영화이기에 가능했던 장면들을 무대 위에서 표현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지난달 24일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해 내년 6월 29일까지 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컬 ‘고스트’는 이러한 의문을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벽을 통과하는 듯한 주인공 샘과 엄청난 괴력으로 사람을 한 손에 들어올리는 지하철 유령, 공중을 떠다니는 물건 등 영화 속 신비한 장면들을 무대 위에 고스란히 재현해 냈다. 일명 ‘매직컬’(뮤지컬과 마술의 결합)이라고 불리는 마법 같은 무대는 최첨단 LED 영상과 특수효과를 사용해 21세기 무대과학의 진수를 선보였다.

△‘카르멘’ ‘잭 더 리퍼’…화려한 매직쇼 활용

뮤지컬과 화려한 마술이 만났다. 판타지를 기본으로 하는 두 장르의 만남은 무대 위에서 강력한 시너지를 내며 작품에 극적인 효과를 불어넣는다. 특히 디지털기술의 발전 등과 맞물려 최근 ‘매직컬’은 좀더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마술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3일 막을 올려 내년 2월 23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카르멘’에선 더 신기한 마술을 볼 수 있다. 극 중 주인공 카르멘이 서커스 단원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스토리와 매직쇼를 자연스럽게 연결한 덕이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마술사 이은결이 매직 디렉터로 참여했다.

‘카르멘’에서 선보이는 마술은 보통의 매직공연 중에서도 대형 무대에서만 볼 수 있는 ‘일루전 마술’(착시현상을 이용해 놀라게 하는 마술). 상자 안에 들어간 사람이 사라진다거나 천막을 없애고 나면 카르멘이 등장하는 등 판타지 효과를 적절히 살려냈다. 김동연 연출은 “체코 공연에서는 서커스단을 보여주기 위해 라마·사자 등이 무대 위에 직접 등장하기도 한다”며 “대신 국내에서는 마술 장면을 더 많이 추가해 볼거리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서울 공연을 마치고 오는 24∼28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앙코르공연을 이어가는 뮤지컬 ‘잭 더 리퍼’에서도 마술이 나타났다. 주인공이 꿈을 꾸는 장면에서 환상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활용한 것. 왕용범 연출은 “잭이 가진 살인마적인 성향을 마술쇼 형식을 빌려 표현했다”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을 통과하는 듯한 장면은 눈을 의심케 하는 놀라운 무대를 연출해냈다.

△극적 판타지 위해…“내러티브 연결성 중요”

이처럼 무대 위 마술이 나타나게 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극적인 ‘판타지 효과’를 위해서다. 대사가 아닌 노래로 극을 이끌어가는 뮤지컬 자체의 판타지성이 마술의 환상적인 기술과 적절하게 어우러졌다는 설명이다. 가령 대사로 작품을 이끌어가는 연극에서 다수의 마술이 사용될 경우 극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지만 노래와 역동적인 안무로 진행되는 뮤지컬은 마술과 섞였을 때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지혜원 뮤지컬평론가는 “공연 속 마술의 사용은 관객들에게 스펙터클한 느낌을 선사하기 위한 이유가 가장 크다”며 “앞으로도 뮤지컬에서 디지털 영상을 쓰거나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마술의 사용은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마술쇼와 애크러배틱한 안무 등 다양한 기법의 사용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다만 극의 전개를 흐트러뜨리는 마술의 사용은 지양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병성 더뮤지컬 편집장은 “기술 자체로는 놀랍지 않을 마술도 드라마와 연결되면 신기하고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준다”며 “마술 그 자체의 의미보다 드라마와 얼마나 적절하게 결합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러티브적인 연결성을 염두에 두고 마술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뮤지컬 ‘카르멘’ 중에 선보인 마술 장면(사진=뮤지컬헤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