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밴(VAN) 수수료 개편

by이현정 기자
2013.07.10 07:00:00

11일 밴시장 구조 개선 공청회서 개편안 발표
대형가맹점 유치 위한 리베이트 가능성 여전
중소형가맹점 수수료율 높아질 '부작용'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대형가맹점의 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밴(VAN)사업자의 수수료 체계 개편 작업이 시작부터 실효성 논란에 빠졌다.

9일 금융당국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밴시장 구조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에는 당초 카드사들의 기대와 달리 정률제 방식 도입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소액결제가 급증하면서 밴 수수료를 결제건별로 지불하는 정액제 대신 결제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을 밴 수수료로 내도록 하는 정률제 도입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밴 업계가 크게 반발하면서 공청회도 한 차례 미뤄지는 등 부담이 커지자 슬그머니 개편안에서 빠진 것으로 보인다.

또 지금까지 카드사가 일률적으로 밴사를 선정했지만, 앞으로는 가맹점 스스로 밴사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밴사가 직접 협상자로 나서게 되며, 가맹점은 가장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밴사를 선택해 카드사에 통보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밴사간 자율경쟁을 통해 밴 수수료를 낮출 수 있고 밴사들은 가맹점을 유치해 고정적인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그동안 밴 업계에 만연한 리베이트 관행을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게 KDI측 주장이다. 그동안 밴사는 거래량이 많은 대형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며 가맹점에 무상으로 단말기를 설치해주고 리베이트를 얹어주는 암묵적 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KDI방안에 대해 밴사와 카드업계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밴사가 200만개에 달하는 가맹점을 상대로 일일이 수수료율 협상에 나설 경우 시장 혼란이 불가피한데다 결국 대형가맹점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밴사는 가맹점에 수수료를 받아야 하는 입장인데 ‘을’ 위치에서 합리적인 수수료 협상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어차피 대형가맹점 유치를 위한 밴사끼리의 경쟁만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리베이트 구조가 사라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번 수수료 개편안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당국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의 취지인 ‘리베이트 근절’ 자체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밴사와 업계 의견 등을 감안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카드사가 밴사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연간 7000억~8000억원 수준. 이 가운데 30%가량이 판매사 지원금 형태로 밴 대리점들이 대형가맹점 등에 지급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