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현아 기자
2013.05.15 06:40:01
KT, 900MHz 문제제기로 미래부 압박
미래부, 불편한 심기..부실 수준 객관적 조사 필요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KT(030200)가 차세대 LTE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부실한 900MHz 주파수를 할당한 미래창조과학부를 압박하면서, 900MHz 할당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가 이슈화되고 있다.
하자가 많은 집을 새 아파트처럼 분양공고를 내고 분양한 것이라면 당시 정부였던 방송통신위원회의 책임도 있기 때문이다. KT는 전파간섭 문제로 2010년 할당받은 900MHz를 쓰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차세대 주파수 분배에서는 KT에 1.8GHz 인접대역을 할당해야 비로소 공정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KT의 주장은 차세대 주파수 확보를 위한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중차대한 정책결정을 앞두고 사실상 실력행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특히 부실한 것으로 판명된 900MHz는 KT 스스로 선택한 것이어서, 해당 주파수에 대해 검사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나 옛 방통위에만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T는 2010년 주파수 할당 심사에서 최고 득점을 획득했지만, 당시 예상을 깨고 800MHz 대신 900MHz를 택했다. 글로벌 로밍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ETRI를 통해 주파수 할당 전에 900Hz에 대한 무결성 심사를 했는데, 당시 3G로 테스트한 결과 주파수 간섭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2012년 10월 KT가 해당 대역에 LTE 기지국 1000여 개를 설치하고 서비스하려 하자 문제점이 발생했다. 무선인식전자태그(RFID)와 고출력무선전화기(코드리스폰) 등의 근거리통신 기술 주파수가 할당받은 900MHz 대역과 혼신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김희수 KT 경제경영연구소 부소장은 “900MHz의 혼신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와 클리어링을 하고 있지만, 연내 사용은 불가능하고 내년에도 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소송 여부에 대해서는 “그건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일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마음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을 들여 KT와 함께 홍보도 하고 문제 해결도 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회사와 달리 MC 투자를 지연한 책임도 있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KT가 전략 실패의 책임을 정부에 지우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종렬 SK텔레콤 네트워크전략본부장은 “주파수 할당안이 나오면 해당 주파수가 늪인지, 농지인지 확인하는 게 당연한데 KT가 그런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KT말대로 정말 900MHz를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황인지는 객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파트에 수도꼭지가 고장난 정도인지, 아니면 물이 줄줄 새는 수준인지 판단이 필요한 것.
KT는 현재 “연내 서비스를 시작못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쟁사들은 서울 강남구 등에서 보조망으로 쓰기에는 불편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