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통 꼬리표' 박근혜, 어머니 육영수를 배워라

by이도형 기자
2012.08.14 06:00:00

[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세계가 따라 하는 ‘강남스타일’이 정치권에도 상륙했다. 김태호 새누리당 경선 후보는 토론회에서 싸이가 추는 ‘말춤’을 흉내 냈다. 그럴 듯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 “(박 후보는) 불통스타일”이라고 했다. ‘강남스타일’을 공격도구로도 활용한 셈이다. 박 후보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불통’ 이미지를 또 건드렸다.

김 후보의 ‘불통’ 공격에 박 후보는 “저는 매일 차 안에서 팔이 아플 정도로 (전화를) 한다”고 반박했다. 평소 박 후보는 책임 있는 언행을 강조해왔으므로 이 발언은 사실일 확률이 높다.

그럼 무엇이 문제일까. 당내 한 중진의원이 “지금 박 후보 측과 2002년 이회창 후보 곁이 똑같다”고 언급한 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02년 대선 선거 기획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당시 상황에 대해 “(후보 주위에) 인의 장벽이 생기니까 상식이 통하지 않더라”고 했다.

장벽 안에서만 소통이 이뤄지고 쓴소리는 전달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박 후보 캠프에 대해 “들어갈 틈이 안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후보 주위도 ‘장벽’이 쳐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박 후보는 이들과 ‘소통’한다. 비박(非朴)계 김문수 후보는 박 후보를 향해 “전화 좀 많이 해 달라”고 했다. 과장된 감은 있겠지만 박 후보가 누구하고 전화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장벽’ 안도 2002년 때와 같다. 박 후보 캠프의 김종인 공동 선대위원장은 “주위에서 (박 후보한테)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한 때 친박 핵심이었다가 관계가 소원해진 유승민 의원도 “다양한 의견을 듣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러니 ‘불통스타일’이라는 말이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전화를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소통은 양이 아니라 질에서 나온다. 같은 말을 계속해서 듣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홍보다. 지도자라면 면전의 고약한 말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박 후보의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는 생전에 ‘청와대 내 야당’으로 불렸다. 육 여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시중의 비판적 여론도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때로는 불편해했고 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육 여사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은 물론 주변에서도 거의 인정했다.

지금 박 후보에게 필요한 건 육 여사와 같은 ‘쓴소리 스타일’이다. 없다면 강제로라도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둬야 하지 않을까. 더구나 박 후보는 육 여사를 바로 곁에서 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