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진보당, ‘해체냐 vs 분당이냐’
by김성곤 기자
2012.05.14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14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통합진보당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위원회 폭력 사태로 당권파와 비당권파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다. 부정 경선 파문과 폭력 사태에 따른 여론의 뭇매 때문에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지만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제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는 재창당을 전제로 하는 ‘해체’ 또는 ‘분당’ 뿐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중앙위 파행과 폭력 사태를 둘러싸고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양측은 13일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중앙위 속개 여부를 놓고 시각차를 줄이지 못했다.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마주 달리면서 공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비당권파인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 정당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정상적인 중앙위 개최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장단은 인터넷 생중계 회의로 중앙위 속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선동, 이상규 등 당권파 소속 총선 당선자는 “중앙위 자체가 불법”이라며 “중앙위 파행의 장본인인 심상정 전 의장이 또 전자회의를 소집한다는 것은 통합 정신과 원칙을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갈등 해결이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여론은 당권파를 정조준하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고 탄식했다. 또 민주노총은 비례대표 총사퇴를 압박하며 지지 철회 의사를 밝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인터넷 공간에서도 당권파를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서는 당권파 심판은 물론 진보당 해체 청원까지 나왔다.
정치권은 진보당 폭력 사태를 한목소리로 비난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막장 드라마가 갈수록 가관”이라며 “진보당에게 합리와 상식,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장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길 바라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충격적이고 참담한 일”이라며 “대선의 야권 승리를 위해 진보당이 당내 선거 부정 의혹의 진상 규명과 폭력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는 자세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진보당은 중앙위 무산 이후 지도부 공백 상태다. 당권파는 중앙위 무산 이후 장원섭 사무총장 체제로 임시 지도부를 구성해 19대 국회가 개원하면 당선자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비당권파는 중앙위를 속개해 혁신 결의안과 혁신 비대위 구성의 안건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석기·김재연 등 비례대표 당선자의 총사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당권파가 정면 반발하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당권파에게 통합진보당을 내주느냐, 아니면 통합진보당에서 당권파를 축출하느냐, 결국 이 싸움”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