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세금전쟁]①경기 불안으로 기업 세액공제 연장요구 봇물
by권소현 기자
2012.05.07 06:17: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07일자 20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90여 개 비과세·감면제도가 일몰을 맞는다. 그러나 올해는 대선이 맞물려 있어 정부의 의지대로 일몰 적용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미 세금 감면제도의 연장을 공공연히 입에 올리고 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제도의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편집자]
산업계에선 기업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나 중소기업 투자세액공제 등을 연장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세제지원 효과를 점검해 필요 없거나 과도한 부분은 축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큰 만큼 일몰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6일 ‘2012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올해 일몰 예정인 조세감면 제도 가운데 세수감면 예상규모가 가장 큰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다. 올해만 2조5994억원의 세제지원이 예상된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 R&D를 위한 설비투자 세액공제 등도 감면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다.
업계는 벌써 여론몰이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은 지난 2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기업 연구개발비 세액공제 일몰 연장을 요청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빨리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요인이 어려운 시기에 R&D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지원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최근 중소기업 체감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 투자 세액공제를 포함해 올해 일몰되는 27건의 조세감면제도에 대해 연장해줄 것을 재정부에 요청했다.
재정부는 원칙적으로 지원목적을 달성한 감면제도는 일몰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 비과세 감면을 줄이고 세원을 발굴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게다가 R&D 세액공제는 대기업 투자규모가 큰 만큼 혜택도 많이 받게 되고, 일부에서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나 고유가 등으로 경기 변동성이 높아진 만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세제지원을 일괄적으로 없애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는 지난 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투자 활성화를 위해 올해 일몰되는 몇 가지 제도에 대해서는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도시 입주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 조세감면과 제3자 물류 이용 화주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일몰 시한 등을 3년 늦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이슈인 만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만 유지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최근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은 “비과세 감면은 축소가 필요한 부분이 많고 과도한 부분이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거의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들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매년 업계와 관련 부처로부터 건의사항을 접수받아 온 만큼 이달 중에 의견을 받아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보고 세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