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한국주식이 美금융주보다 낫다"

by김기성 기자
2008.05.05 10:45:00

"한국은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증시중 하나"
한국 주식 더 샀나는 질문에 "아마도 나중에"
한미 FTA 원론적 찬성입장 되풀이
멍거 "韓주식 비싸다고 말한다면 어리석은 일"

[오마하(내브래스카)=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미국 금융주 보다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게 낫다"며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호평했다.

버핏은 4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메리어트호텔에서 각국 기자들과 대화시간을 갖고 "한국이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주식시장중 하나다"며 이같이 밝혔다.

▲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그는 "세계 주요 주가지수(인덱스) 20~25개에 각각 투자한다면 한국의 수익률은 상위 50%에 들어 다른 곳보다 좋을 것"이라는 전망도 곁들였다.

버핏은 지난해 한국 주식을 추가로 1개 더 매입키로 했는데, 실제로 샀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마도 나중에(maybe sometimes later)"라고 말해 아직은 매입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해 버크셔의 손자회사인 대구 소재의 대구텍을 방문했을 당시 개인적으로 20개의 한국 주식을 투자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버핏은 "포스코는 버크셔의 투자기준인 시가총액 100억달러를 충족해 버크셔에서 샀지만 대부분의 한국기업은 이 기준에 못미쳐 내가 매입했다"고 말했다.

버핏은 전날 버크셔 주총에서 "한국 주식을 더 샀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버핏이 이끌고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현재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포스코 지분 4%를 보유중이다.

버핏은 지난 2년전 씨티그룹의 보고서를 통해 한국기업의 주식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싸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일화를 또다시 소개하면서 "한국기업은 재무제표가 튼튼하고, 수익률이 좋은데다 기업문화가 건전하고 재능있는 경영자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버핏은 포스코 이외에 대구텍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그는 "(버크셔의 자회사인) 이스카의 8개 자회사중 대구텍이 있는데, 최근 10~12년동안 놀라운 성과를 냈다"며 투자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했다. 



▲ 찰스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버핏의 오른팔이자 오랜친구로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찰스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도 "한국 주식이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인 일이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는 특히 "개인적인 자격으로 한국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며 "그러나 종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멍거는 포스코에 대해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다"면서 "2위 업체는 한참 뒤쳐저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타이완 홍콩 등은 빠른 성장을 해왔고 아직도 그 성장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역이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한국과 미국간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원론적으로 찬성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1970년 미국의 수출과 수입은 국내총생산(GDP)에서 공히 5%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수출이 12%인데 비해 수입은 17%로 차이가 나고 있어 무역불균형이 문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는 궁극적으로 좋을 게 없다"고 자유무역주의를 옹호했다. 또 "자유무역주의는 특정한 나라와 산업에 유리하지 않도록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버핏은 한국의 포스코와 중국의 페트로차이나(매입 후 매각)를 샀는데 일본에 투자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해 "신일본제철은 포스코를 만든 회사지만 주가가 포스코에 싸지 않기 때문이다"고 예를 들어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투자기회를 지속적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중국과 관련해선 "페트로차이나에 대해 아직도 레이더를 세우고 있다"면서 "지난해 보유지분을 매각했지만 가격이 적당하다면 다시 살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버핏은 페트로차이나를 사들인 뒤 지난해 10월 팔아 5배에 가까운 고수익을 거둔 바 있다.

버핏은 미국이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져들었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야 하는 경기후퇴의 기술적 개념으로는 아닐지 모르지만 체감적으로 보면 미국은 경기후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