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오상용 기자
2002.07.28 12:05:54
[edaily 오상용기자] 풍문만 무성하던 연예기획사와 사업자단체의 소속연예인에 대한 부당한 횡포가 28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최근 파문이 일고 있는 방송국 PD와 연예기획사·연예인 사이의 뇌물수수·알선수재 등 검은 커넥션에 이어 연예산업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전속계약서 대부분에는 연예인의 의무조항만 나열됐고 권리조항은 찾아볼 수 없다. 소속 연예인이 기획사에 손해를 입혔을 경우 기획사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액도 상상을 초월했다.
허위과장 광고로 스타 지망생을 현혹한 기획사와 연기학원이 있는가 하면, 연예사업자 단체가 나서 기획사의 횡포를 조장하고 경쟁을 제한하기도 했다.
◇SM `반란 꿈도 꾸지마` = SM엔터테이먼트 등이 전속계약서상에 명시한 손해배상금액 산정기준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수들은 손해배상금에 대한 공포로 기획사에 반기를 든다는 것을 꿈도꾸지 못한다. 싫든 좋든 순종만이 살길이다.
SM이 전 남성 5인조그룹 HOT 멤버였던 문희준과 맺은 계약서를 살펴보면, 기획사가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가액이 `계약금의 5배, 총투자액(음반제작비 및 제반비용)의 5배, 잔여 계약기간 동안 예상이익금의 3배, 이와 별도로 1억원`으로 규정돼 있다. 블랙비트 멤버 장진영, 플라이투더스카이 멤버 황윤석 등도 예외없이 이와 동일한 약관을 적용받았다.
디지털수다는 손해배상액을 `계약기간동안 기획사를 통해 발생한 연기자 수입의 2배`로 규정, 기획사가 입은 손해와 무관한 연기자 수입을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했다.
싸이더스는 영화촬영의 지연 및 중단에 대한 영화제작사의 책임소지가 있더라도 촬영스텝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청구권을 제한했다. 디에스피엔터테이먼트는 상호 계약위반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땐 손해규모와 관계 없이 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했다.
◇"쓰면 언제든 뱉는다" = 또 몇몇 기획사들은 연예인의 동의없이 계약을 양도하거나 해지할 수 있는 약관을 운영, 인기가 시들해진 연예인을 언제든 방출할 수 있도록 했다.
도레미미디어와 지엠기획 디에스피엔터테인먼트 윌스타 라플엔터테인먼트 등이 연예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계약당사자 지위를 일방적으로 양도할 수 있도록 했고 혜성미디어는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운용하고 있다.
이밖에 싸이더스와 시네마서비스는 계약해석상 다툼이 있을 땐 기획사의 해석이 우선하도록 규정했다. 싸이클론엔터네인먼트는 귀책사유와 관계없이 분쟁조정비용을 연예인과 기획사가 반반씩 공동부담토록 했다.
엠티엠커뮤니케이션과 방송연기문화는 수강생의 방송출연을 강요(거부시 제적)하고 수수료는 기존 연기자(30%)보다 더 많이(50%) 챙겼다. 수강생이 다른 매니저먼트사나 에이전시에 자신의 프로필을 배포할 땐 제적했다.
에이스타즈엔터테인먼트와 에스케이글로벌은 모델 선발대회를 개최하면서 2년간 에스케이글로벌 의류모델로서 활동한다고만 광고하고 `모델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숨겼다.
◇사업자단체들도 불공정행위에 한 몫 = 한국연예제작협회는 문화방송(MBC)의 특정프로그램내용에 대해 회원사 소속 가수를 MBC에 한달 동안 출연시키지 않았다. SBS의 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출연료가 낮다는 이유로 회원사 소속가수의 방송 출연을 거부시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영화배우 유오성이 AFDF-Kirea와 영화 `가디안`에 출연키로 한 계약을 파기하자 유오성을 영화에 출연시키지 않기로 결의했다. 한국음반산업협회는 편집음반의 가격을 유지키로 3개 관련사업자 단체장과 합의해 가격정찰제를 추진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조사로 오랫동안 지속돼 온 연예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시정돼 공정한 경쟁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연예인 전속계약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