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타깃은 사우디·튀르키예… K원전 수출 시계, 다시 흐른다
by김형욱 기자
2025.02.24 05:10:00
산업부, 양국 고위급 인사와 협력 논의
계엄·탄핵으로 중단됐던 지원활동 개시
유럽 신규사업 철수…중동 수주에 집중
한·미간 분쟁해소 비밀협약 영향일수도
 | 지난해 9월 상업운전을 개시한 원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4호기.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K원전 팀 코리아가 지난 2009년 수주해 15년 만인 지난해 1~4호기를 모두 완공했다. K원전 최초이자 현재로선 유일한 해외 수출 성과다. (사진=한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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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하상렬 기자] 계엄·탄핵 정국 등으로 한동안 멈춰 섰던 K원전 수출활동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한 지원 활동을 재개하면서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호현 산업부 에너지정책실장은 24~27일 일정으로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양국 정부 고위급 인사와 만나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에 따른 탄핵 여파로 체코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수주활동이 사실상 ‘멈춤’ 상태였지만,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해외 원전 수주 지원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리라는 기대가 커졌다.
튀르키예는 오는 2050년까지 20기가와트(GW, 약 14기 규모) 규모 원전 건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미 러시아 기업 주도로 아큐 원전 4기(4.8GW)를 짓고 있으며 후속 사업도 준비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2040년까지 17GW 규모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첫 국제입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역시 한국전력공사를 중심으로 원전 수주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호현 실장은 “각국의 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해 우리 기업에 새 기회가 될 수 있는 유럽·중동 지역과의 에너지 부문 협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 업계 등에서는 수출 지원이 중동에 집중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난 1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해외 원전 입찰에서 유럽권은 웨스팅하우스가 신흥시장은 한국이 진출하는 조정이 있었으리라 보고 있다. 이른바 ‘지역 안배’를 통해 웨스팅하우스를 설득했다는 얘기다.
실제 한수원은 이후 스웨덴, 슬로베니아 등지의 원전 수주 입찰을 포기했고, 2022년부터 폴란드에서 추진하던 사업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한·미 원전수출 동맹이 지역 안배를 조건으로 성립됐다는 업계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행보다.
유럽은 원전을 자체 건설하는 중국·러시아를 뺀 나머지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우리 원전 업계로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중동 시장 진출이 필수다.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186기(중·러 제외)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중 70기는 유럽, 20기는 중동으로 구성됐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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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른 한전과 한수원의 역할 변화도 예상되고 있다. 두 공기업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서유럽과 중동은 한전, 동유럽은 한수원 등으로 수출지역을 나눴기 때문이다. 정부는 곧 연구용역을 통해 원전 수출 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한다.
업계에서는 원전 수주 지역이 중동 등 신흥시장으로 제한되더라도 한미 원전수출 동맹에 따른 득이 실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원전을 다른 나라에 수출할 수 있는 기업을 보유한 곳은 전 세계 5개국으로, 신규 원전 수주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한국·미국·프랑스가 3파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역할 분담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유럽 내 보조기기와 원전 건설 부문 참여 기회가 여전히 열려 있어 해당 분야에 대한 수주 활동 역시 본격화하리라는 전망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해외 원전 건설 사업 때 현대건설(000720) 등 국내 기업과 협력하고 있고 한수원은 지난해 1조 2000억원 규모 루마니아 원전 설비개선 사업을 따낸 바 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 간 비공개 합의 내용을 알 수 없기에 단기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다만, 체코 원전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됐고 장기적으론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