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IT세상]돈 아끼는 '탄소발자국 감소'

by최은영 기자
2024.10.07 05:00:00

[김현정 한국IBM 컨설팅 대표]9월 말에도 계속되던 늦더위가 10월로 접어들자 칼바람으로 바뀌며 날씨가 널을 뛰고 있다. 역대급으로 긴 더위와 간간이 쏟아지는 스콜성 폭우를 겪으며 말로만 듣던 기후변화를 실감했다. 이와 같은 기후변화는 우리 인류가 당면한 위협임이 분명하다. 이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바 또한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 기업 경영 전 과정에 대한 규제 환경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다양한 지역에서 구체적인 법안 또는 규정이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작년에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CBAM) 법안을 승인하며 조만간 주요 수출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량 보고와 제품 탄소발자국에 대한 인증서 구매 제출이 의무화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청(EPA)이 데이터센터에 대한 에너지 효율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지속 가능한 관행의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지속 가능성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이 싸움에서 엔터프라이즈 IT 기술은 양날의 검과도 같다. 기술은 기업이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검을 쥐여주지만 반대로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이다.

IT 분야에서 ESG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 경영진 1100명을 대상으로 한 IBM 기업가치연구소(IBV) 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전체 에너지 비용의 20%를 IT 운영에 지출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친환경 IT를 위한 활동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기업은 단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더딘 발전은 가시성 부족으로 인해 더욱 저해되고 있으며 응답자의 99%는 IT 운영의 탄소발자국을 정확하게 정량화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편 친환경 IT를 개별 부서 단위가 아닌 전사적으로 접근하는 기업은 IT 에너지 사용량과 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전사적 접근을 차용하지 않은 기업 대비 평균적으로 51% 더 큰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를 보고 있었다. 이러한 조직은 자동화, 클라우드 컴퓨팅, 지속 가능한 설계 원칙을 활용해 IT 인프라를 초기부터 최적화했다. 또 ESG 관련 사항을 정량화하기 위해 기준을 설정하고 효과적인 추적 메커니즘을 구현한 경우 정보에 기반한 의사 결정과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했다.

실제 한 글로벌 은행의 경우 IBM 컨설팅과 함께 전사적으로 탄소발자국 배출 현황을 분석하고 솔루션을 찾아보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IBM 컨설팅은 그린 IT 분석 플랫폼(GiTA)을 활용했으며 이 플랫폼은 1500개의 물리적 서버, 가상 머신 등을 대상으로 은행의 에너지 및 탄소 발자국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제공했다. 단순 측정 수준을 넘어 탄소 배출량 분포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탄소 핫스폿을 식별하기도 했다. 이 은행은 에너지 소비량 30% 감소, 총 중앙처리장치(CPU) 소비량 30% 감소, 인프라 관리 비용 25% 감소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소발자국의 경우 무려 70%의 잠재적 감소 효과를 기대한다.

앞으로 인공지능(AI) 도입이 늘어나면 친환경 IT 문제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생성형 AI는 기업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리소스 낭비를 줄이고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엄청난 컴퓨팅 수요로 인해 탄소발자국 증가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영진으로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전사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로써 기업은 보다 지속 가능한 IT의 방향을 모색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의 리더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ESG 제도를 수립한다고 하더라도 기업 활동의 대전제인 경제적 관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탄소발자국 감소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비용 효율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