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 ‘울고’ SK이노 ‘웃고’ 왜?
by양지윤 기자
2023.07.26 05:30:00
유증 한달 뒤 희비 엇갈린 주가
SK이노, 유증 70% 신사업 투자
정유·배터리 개선 전망, 투심 ↑
CJ CGV는 유증 절반 채무상환
지분가치 희석 우려 커 투심 ↓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지난 달 조단위 유상증자 결정을 내렸던 SK이노베이션(096770)과 CJ CGV(079160)의 주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CJ CGV는 주가 부진의 여파로 유증 결정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SK이노베이션은 반등에 성공하며 한 달 전 주가를 넘어섰다.
|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의 ‘SK 블러바드’ 표지판.(사진=SK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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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보다 9000원(4.58%) 오른 2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20만원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달 12일 이후 한 달 보름여 만이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지난달 23일 1조1777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당일 18만2600원에 마감했다. 다음 날인 24일 6% 하락한 것을 포함해 5거래일 연속 주가가 내렸다. 지난달 말에는 장중 15만7800원까지 밀리는 등 약세를 보였다가 최근 반등에 성공, 한 달 만에 공시 이전 수준을 추월한 셈이다. 유증 결정 당일 주가와 비교하면 상승률이 12.42%에 이른다.
이날 CJ CGV은 전 거래일보다 1610원(15.96%) 오른 1만1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0일 1조200억원 규모 유증 결정을 공시한 뒤 이날까지 주가 하락률은 17.26%에 달한다. 지주사인 CJ 주가도 18.35% 떨어졌다. CJ CGV는 유증액 총 1조200억원 중 5700억원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4500억원은 모회사인 CJ를 상대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는 중장기적으로 호재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기업이 새로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회복력이 빨라진 것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대부분 신사업에 투자한다는 점이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전체 조달 자금 중 채무상환에 3500억원을 투입한다. 나머지 70%가량은 수소·암모니아, 바이오에너지, 연구개발(R&D) 인프라 구축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 정유업황 개선과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적자 축소 등에 대한 기대감도 투자심리 회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정유, 석유화학 제품 기초원료인 파라자일렌과 BTX(벤젠·톨루엔·자일렌), 윤활기유 등의 시황 호조가 예상되고 있어 향후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우려는 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SK온의 추정치 상향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CJ CGV는 유증 조달자금 5700억원 가운데 채무상환 자금이 3800억원으로 과반을 넘어선다. 나머지는 시설 자금과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유증을 통해 발행되는 신주수가 많은 점도 주가를 짓누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CJ CGV는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총 주식수가 7470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4772만8537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예정 발행가액은 7630원으로 유증 공시 당시 주가 대비 할인율이 47%에 이른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유증액이 CJ CGV보다 많지만 신주수 비중은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8.9%(819만주)에 불과해 지분 희석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평가다.
CJ CGV 주가는 올 상반기 코로나19 이후 첫 반기 흑자를 달성하며 1만원대로 올라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투심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J CGV의 연속적인 유상증자로 투자심리 저하된 상황”이라며 “유증 이후 기존 사업 혁신, 계열사와의 시너지 등 가시적 성과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