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낸드 연합군' 탄생 임박…韓반도체 초격차만이 살 길
by이준기 기자
2023.07.24 05:30:00
2위 日키옥시아·4위 美WDC 내달 합병 선언…점유율 1위
삼성·SK 기술력 앞서지만, 치고올라오는 中까지 ''좌불안석''
中 반독점심사가 최대 관건…"퇴짜" Vs "정치적 카드 활용"
전문가들 "초격차 리더십 이끌 핵심 엔지니어 육성해야"
[이데일리 이준기 김응열 기자] “결국 기술력으로 극복해야겠죠.”(이규복 반도체공학회장)
미·일 연합군이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왕좌를 정조준한다. 올해 1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 2위(21.5%)인 일본의 키옥시아와 4위(15.2%) 미국 웨스턴디지털(WDC) 간 합병이 가시화하면서다. 합병법인의 점유율은 36.7%로, 현 1위인 삼성전자(34%)를 가뿐히 넘게 된다. 메모리반도체 특성상 1위 기업이 시장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는 만큼 우리 기업들은 초격차 기술력 확보·인재 육성 등을 통해 점유율 역전을 극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키옥시이와 WDC는 8월 중 합병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WDC가 낸드 사업부를 떼어내 키옥시아와 신설 법인을 만드는 형태로, 키옥시아와 WDC는 각각 합병법인의 지분 43%와 37%를 나눠갖게 된다. 나머지는 기존 주주들의 몫이다. WDC 실적이 발표되는 내달 5일(현지시간) 관련 내용이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받는 영향이다. 키옥시아·WDC(218단)에 비해 삼성전자(236단)·SK하이닉스(238단)의 기술력이 앞서고 있긴 하지만, 향후 점유율 역전이 일어나면 가격 정책 등 시장 주도권을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다. 낸드 기술력은 저장 단위인 ‘셀’을 작은 크기 안에 얼마나 많이 쌓아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를 필두로 한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만만찮다. 5년의 기술격차를 둔 D램과 달리 낸드의 경우 양국 간 격차는 2년에 불과하다. 조중휘 인천대 명예교수는 현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한 뒤 “삼성·SK는 기술 리더십을 이끌어나갈 소수의 핵심 엔지니어 육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단수를 높게 쌓되 수율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가져가야 한다”고 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정부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생태계 육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합병은 얼마든지 불발될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해 여러 이해당사국의 반독점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는 중국이 퇴짜를 놓을 가능성과 중국이 이를 향후 정치적 카드로 쓰고자 승인해줄 가능성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이규복 회장은 “중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애매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