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학자 “생산인력 ‘뚝’…고령자·여성에 달렸다”[ESF 2023]

by이지현 기자
2023.06.19 05:32:18

겐조에이코 아시아대학 경제학부 교수 인터뷰
일본 사회 양보다 질…女 관리직 비율↑ 등 초점
단카이세대 60대 도래 내다보고 정책 추진…성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일본에서는 60세 이상의 고용 확대와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일본 노동경제학자인 겐조 에이코 아시아대 교수는 18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일본의 생산인구 감소 문제 타개법을 이같이 소개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부가가치를 생산할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부양 부담 확대와 총인구 감소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은 소비 시장 위축과 기업의 투자 유인 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정부로서는 근로소득세 등 조세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고령층을 위한 연금·재정 지출은 늘려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

대한민국은 이에 대한 경고장이 속속 날아들며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고 생산가능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비중을 의미하는 노인부양비는 2030년 25.5%로 상승한 뒤 2050년 40.1%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갈시점은 2055년으로 2년 당겨졌다. 이같은 상황에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는 최근 발표한 국가신용등급 평가보고서에서 저출산·고령화 여파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은 어땠을까? 겐조 교수는 “(일본은) 지금까지 취업자수 감소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고령화를 겪고 있지만, 고용은 오히려 증가해서다.

이데일리 전략포럼 연사로 나서는 겐조에이코 아시아대 교수
그 이유는 여성 고용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여성 활약 추진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는 등 이에 대해 일찌감치 대비해왔다. 그 결과 35~39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2010년 66.2%에서 2019년 76.7%로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30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이 68.3%에 그치고 있다. 겐조 교수는 “정부 정책의 초점이 양보다 질적 향상”이라며 “여성 관리직 비율 향상과 남녀 간 임금격차 축소 등 여성의 활약 추진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는 등, 더 매력적인 일하는 방식의 제공에도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노동력 활용에 대해서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청년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확보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그는 “청년에겐 경제적인 자립이나 커리어 형성이 중요하므로 우선은 양질의 고용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라며 “장차 전망이 있는 직업이 없으면 결혼이나 출산, 육아 등 가족형성에도 지장이 있다. 청년 세대가 일하기 쉽고, 육아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저출산 대책으로도 이어지는 것이어서, 정부가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린 ‘노동력 희소사회’를 맞고 있다”며 “노동력의 질적인 면에 (정부나 기업이) 관심을 두지 않을 경우, 각 기업은 노동력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년연장을 비롯한 ‘고령자 고용확대’도 생산인구 확대 노력의 다른 한 축이다. 정년(停年)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근로자의 근로계약 의사나 능력과 상관없이 근로계약을 종료하기로 정한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 민간기업 정년은 60세다. 문제는 우리나라 인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가 한꺼번에 노동시장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은퇴로 산업 현장 여기저기에서는 ‘숙련공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겐조 교수는 “일본은 단카이 세대(1947년~49년생)가 60세가 되는 시기를 내다보고 60대 초반의 고용확보조치를 추진해왔다”며 “60세 이후에도 일하는 사람들이 늘고, 숙련된 노동자를 활용하는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단카이 세대는 현재 75세 내외로 이들은 일터에 오래 머무른 후 자리에서 물러나고 있다. 이미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지켜만보고 있는 우리의 상황과는 크게 다르다. 겐조 교수는 “정년연장의 경우 앞을 내다보면서 방향성을 제시하며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55세 정년에서 56~59세 정년으로 전환했다. 1990년대에는 연금개혁을 통해 지급개시연령이 65세로 연장되자, 정부는 고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해 기업이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할 수 없도록 했다. 2006년부터는 65세까지의 고용 확보를 의무화했고 2021년부터는 70세 고용 노력의무가 시행 중이다.

일본의 고령자고용확보조치(정년연장, 정년폐지, 계속고용)는 99.9% 기업이 실시하고 있다. 희망자 전원이 66세 이상까지 일할 수 있는 기업 비율은 2018년 10.6%에서 2020년 12.7%로 상승한 상태다. 그리고 60대 2명 중 1명은 풀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만족도는 떨어지고 있다. 일본의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근로자의 근무만족 답변은 37%에 불과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한 것이다. 57%가 기존에 하던 일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임금은 정년 전의 60~70%로 낮아져서다.

겐조 교수는 “도입 당시 반대하던 사용자 측도 스킬을 가진 고령자를 저임금으로 고용할 수 있어 전체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근로자의 경우 임금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 동기부여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건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짚었다. 이어 “한국도 일본의 계속고용제도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고용의 질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어떤 제도를 도입할지는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