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이어지나… 상장사 1분기 실적 눈높이 하향 중

by김인경 기자
2023.02.16 05:02:00

상장사 133곳 1Q 영업익, 한달 새 23.6% 감소
경기 침체에 수요 둔화…美도 코로나 후 ''어닝리세션''
삼성전자, 1Q 영업익 2.4조 전망…작년 5분의 1도 안돼
"금리하락·실적전망 상향 모두 쉽지 않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코스피 지수가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속에 2420선까지 하락한 가운데, 1분기 기업 실적의 눈높이도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대형주 중심의 상장사가 ‘어닝쇼크’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실적 그림자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5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 133곳 중 72.9%에 달하는 97곳이 최근 한 달간 영업이익 하향 조정을 겪었다.

상장사 133곳의 1분기 매출액 전망치의 합은 한 달 사이 444조2572억원에서 431조3986억원으로 2.9%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같은 기간 27조8114억원에서 21조2402억원으로 무려 23.6% 줄어들었다.

이에 지난해 4분기 상장사들의 어닝쇼크가 단순히 성과급과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보다 기업들의 경영환경 악화와 업황 침체 탓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년 4분기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가 있는 상장사 182곳 중 70.9%인 129곳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냈다. 지난해 12월부터 실적발표가 진행 중인 현재까지 급격한 전망치 하향 조정이 있었는데도 예상보다도 안 좋았다는 얘기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오가던 지난해 3분기보다는 상황이 좋아졌지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둔화는 점점 장기화하고 있다.

글로벌 실적 불황 신호도 뚜렷하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기업의 순이익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7%, 2분기에 3.1% 각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S&P 500 기업 중 지금까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344개 기업의 순이익은 2.8% 감소한 상항이다.



이 가운데 1분기마저 전년 동기보다 감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이후 처음으로 ‘어닝 리세션(earning recession·실적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실적 경고음이 가장 많이 나오는 업종은 반도체다. 반도체 재고 문제가 여전한 데다 정보기술(IT) 수요도 부진한 만큼 1분기에도 실적 침체는 이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삼성전자(005930)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4206억원으로 한 달 전(4조825억원)보다 40.7%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14조1214억원)의 17.1% 수준으로 쪼그라든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한 SK하이닉스(000660)는 1분기 역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손실 폭도 한달 전(1조7403억원)보다 더 커져 2조6569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종도 전망치가 내려가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034220)의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는 8219억원으로 한 달 전(-6517억원)보다 확대됐다. 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 등 주력상품들이 판매 부진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조원대의 영업적자를 낸 바 있다.

상사와 자본재, 건강관리(헬스케어), 은행 등 일부 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상승하고 있지만, 주의는 필요하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은 전반적인 순이자마진(NIM) 흐름은 긍정적이지만 1분기 이후 개선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적 눈높이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코스피의 ‘가격(밸류에이션) 부담’은 확대될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치를 웃돌며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금리 추가하락과 실적전망 상향조정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