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가격 보상받았다면 사업시행자에 지장물 인도해줘야"

by성주원 기자
2022.12.12 06:00:00

원고, 보상금 공탁 후 지장물 인도·퇴거청구 소송
원심 퇴거청구만 인용…대법 파기 "인도의무 있다"
"가격 보상 이뤄졌다면 인도·퇴거 의무 부담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사업시행자가 사업시행에 방해가 되는 지장물(시설물·창고·농작물·수목 등)에 관해 토지보상법에 따라 물건 가격으로 보상한 경우 지장물 소유자가 인도의무를 부담한다는 법리가 대법원에 의해 확인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원고가 지장물 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지장물 인도를 구한 사건에서 피고에게 인도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깨고 이 사건을 인천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인천 계양구 효성동 일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인 원고는 사업 진행을 위해 구역 내 위치한 컨테이너, 주택, 전실, 보일러실 등 지장물에 대해 토지보상법에 따른 보상금을 산정해 공탁했다.

이어 원고는 지장물 소유자인 피고를 상대로 지장물의 인도와 퇴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피고에게 지장물에서 퇴거할 것을 명했다. 이에 피고는 항소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원고의 퇴거청구를 인용했다. 보상금을 공탁한 원고는 자신의 비용으로 지장물을 제거할 수 있고 피고는 수인할 의무가 있는데 피고가 지장물을 점유함으로써 원고의 제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원고가 지장물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거나 피고가 지장물 이전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인도청구는 기각됐다.

결국 원고와 피고 모두 대법원에 판단을 맡겼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토지보상법상 지장물 인도의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사업시행자가 그 보상만으로 당해 물건의 소유권까지 취득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장물의 소유자가 토지보상법 시행규칙 제33조 제4항 단서에 따라 스스로의 비용으로 철거하겠다고 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업시행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이를 제거할 수 있고, 지장물의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의 지장물 제거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건의 가치 상실을 수인해야 할 지위에 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장물의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지장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 판결에 의해 지장물 소유자 등에게 인도의무가 인정된다고 해서 퇴거의무가 배제되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토지보상법에 따라 물건의 가격 보상이 이뤄진 경우 지장물 소유자 등은 인도의무와 퇴거의무를 모두 부담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