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로 만든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길레니아', 특허분쟁은 계속된다[블록버스터 톺아보기]

by김진호 기자
2022.08.21 09:00:00

천연물 '미리오신'을 변형한 경구용 합성약 '길레니아'
2010년 FDA가 승인한 최초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중국 및 인도 제약사 3곳...2019년 퍼스트 제네릭 개발
노바티스, 中 HEC파마와 미국 서 특허분쟁 지속

[이데일리 김진호 기자]자신이나 가족의 질환 또는 투자 등 목적은 다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법한 전 세계 블록버스터 약물을 2020년 기준 매출이 높은 순으로 소개한다. 약의 탄생과정부터 그 특징, 비슷한 계열의 경쟁 약물까지 두루 살펴본다.

이번에는 스위스 노바티스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길레니아’(성분명 핀골리모드)다.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은 약 30억 달러(당시 한화 약 3조5400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36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스위스 노바티스의 재발성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길레니아’(성분명 핀골리모드).(제공=노바티스)


만성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다발성 경화증은 체내 면역체계가 신경세포에서 신호전달을 돕는 미엘린(myelin) 수초를 파괴할 때 발생한다. 유전 및 환경 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해당 질환이 발병하며, 뇌나 척수 시신경 등에서 미엘린 수초가 파괴돼, 시력 상실, 감각장애 등 여러 중추 신경 질환이 뒤따르게 된다. 세계적으로 약 230만 명의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길레니아의 성분인 핀골리모드는 1992년 일본 요시토미제약(현 미쓰비시다나베파마)가 면역억제성 천연물인 ‘미리오신’(ISP-I)을 화학적으로 변형해 처음으로 합성한 물질이다. 미리오신은 중국 전통 의학에서 언급되며, 병원성 곰팡이인 ‘이사리아 신클라이리’(Isaria sinclairii)의 배양액에서 얻어진다.

핀골리모드는 ‘스핑고신 키나아제2’를 억제해 독성 T세포의 능력을 떨어뜨리려, 미엘린 수초를 파괴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노바티스가 해당 물질을 ‘길레니아’라는 제품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성인 재발성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로 길레니아를 최초로 승인했다. 이듬해인 2011년 유럽의약품청(EMA)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도 이를 승인했다. 2018년 FDA는 소아 다발성 경화증 환자에게도 쓸 수 있도록 길레니아의 적응증을 확대승인했다.

하지만 길레니아는 피부암 및 진행성 다초점 백질뇌병증 등 같은 뇌 감염 위험 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약물이 황반 부종을 유발해 시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동안 환자는 자주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노바티스는 길레니아 제네릭의 등장을 막기 위한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HEC파마와 함께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과 선파마슈티컬 등이 길레니아의 퍼스트제네릭을 개발해 FDA로부터 성인 대상 다발성 경화증 적응증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노바티스는 이에 반발하며 소송전에 착수했다.

지난 2020년 미국 델라웨어 연방 법원이 중국 제약사 HEC파마가 2027년 12월까지 길레니아 제네릭 제형을 선보일 수 없도록 명령한 바 있다. 당시 노바티스의 길레니아 용법 특허를 인정한 조치였다. HEC파마는 길레니아의 용법특허에 도전하면서 제네릭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유일한 제약사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 6월 미국에서 특허소송 상급심을 취급하는 연방순회항소법원(CAFC)가 길레니아 용법 특허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새로운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현 ‘길레니아’의 용법은 0.5㎎의 1일 1회 투여이지만, 특허 명세서에는 다발 경화증 초기 치료 시 용량 증량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한 것이다. CAFC가 투여 용법에 대해 HEC 파마의 편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 노바티스 측은 판결에 대한 추가 심리를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해당 항소절차가 종결되지 않은 만큼 2020년 내려진 길레니아 제네릭 출시 금지 조치가 유효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