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 안전한 줄 알았더니"…마이너스 펀드에 개미 발동동

by김대연 기자
2022.04.19 05:00:00

[금리발작 공포]④
금리 상승에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연이어 '마이너스'
연초 이후 국내채권형 -1.59%·국공채권 전체 -3.40%
이례적인 금리발작…안정성 중시 채권 투자자들 '패닉'
"물가에 맞춰 금리 궤적 형성…하반기 상황 지켜봐야"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채권 시장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채권 투자자들마저 패닉(혼란)에 빠졌다. 여전히 물가상승 압박과 함께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어 채권에 투자하기에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표=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연초 이후 시장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이에 따라 채권 시장도 이례적인 ‘금리발작’으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요동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채권형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1.59%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공채권 전체 -3.40% △일반채권 전체 -1.24% △회사채권 전체 -1.03% 등 관련 펀드들의 수익률도 모두 마이너스에 달하며 손실을 보는 중이다.

이같은 손실에 국내 채권형 펀드 환매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5일까지 일주일 새 6270억원 순유출됐고 15일 하루 동안에만 2336억원 빠져나갔다. 올들어 대체로 유입 기조였지만 이달 들어 뚜렷한 유출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이처럼 연초부터 채권 금리가 오르고 시장이 들썩이는 배경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원자재·식량 가격 급상승,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중으로 각국의 통화긴축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가 꼽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인플레이션 때문에 연준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보내니까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다 같이 올랐다”며 “러시아의 침공 이후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현상인 ‘코스트 인플레이션(cost inflation)’이 나타나는데 향후 물가상승률에 맞춰 금리 궤적도 따라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올해 불안정한 시장 상황에 손실을 볼까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이후 연도별 국내채권형 펀드 수익률을 살펴보면 마이너스 구간 없이 모두 ‘플러스’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지난 2010년 말 6.739%에 달했고 △2012년 4.853% △2014년 4.677% △2016년 1.416% △2018년 2.655% 등 해마다 낮아지기는 했지만 줄곧 플러스에 머물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해 경기가 침체된 지난 2020년과 지난해도 각각 1.623%와 0.1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전략에 따라 수익률 차이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펀드의 듀레이션(평균회수기간)이 길면 손실이 커질 확률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연준의 양적 긴축이나 금리 상승, 인플레이션 등에 우려가 큰 상황인데, 올해는 듀레이션이 긴 펀드의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금리가 똑같이 올라도 채권 단기형보다 장기형에서 손실이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만큼 시장에서도 기준금리가 앞으로 몇 차례 더 오를 것을 예상해 가격 반영을 해놓았다”면서도 “일부 증권사는 채권 한도 손실 한도에 달했다고 전해지기 때문에 최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하반기까지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