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증시 10대 뉴스⑧]테이퍼링·금리 인상에 쏠린 눈

by김윤지 기자
2021.12.17 05:30:00

긴축 발작 우려, 상반기 테이퍼링에 증시 요동
충분한 언급에 선반영, 11월 개시에도 타격 NO
내년 1Q 테이퍼링 종료, 2Q 금리인상 시작 무게

벌써 2021년 마지막달입니다. 주식투자자들은 웃고 울었던 한해였는데요. 연초 코스피 3000선을 넘으면서 신기원을 이뤘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3000선을 밑돌기도 하면서 박스피라는 별명이 다시 소환됐습니다. 희비가 교차했던 올 한해 증시를 돌아보고 그 중 10대 뉴스를 선정해 풀어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사진=AFP)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2021년은 1년 내내 시장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밀당’(밀고 당기기)이었다. 올해 시장 참여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준의 행보를 주시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을 포함한 각종 기초자산 가격이 치솟은 데는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의 역할이 컸고, ‘돈줄’이 마르면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란 우려가 작용했다. 실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입을 열 때마다 시장은 행간 속에서 연준의 방향성을 가늠했고, 그때마다 불안감 혹은 안도감이 증시를 움직였다.

상반기 시장은 테이퍼링(매입 자산 축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테이퍼링의 시작은 조만간 기준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테이퍼링 시기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용·물가 지표에도 관심이 쏠렸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이 임박했다는 예고를 하기까지 테이퍼링 시기와 규모를 점치며 주가 지수와 시장 금리가 출렁였다.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배경에는 2013년 ‘긴축 발작’ 경험이 있었다. 당시 예상치 못한 테이퍼링 언급에도 미국 주식 시장은 원만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달러 강세와 유가 급락으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은 고된 시기를 보내야 했다. 시장과 연준의 오랜 줄 다리기 끝에 테이퍼링은 지난달 개시됐고, 연준의 꾸준한 언급과 지난 6월 역레포 금리 인상 덕분에 다행히 과거와 같은 타격은 없었다.



이제 관건은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계가 얼마나 빨라지느냐, 즉 ‘속도’에 있다. 한동안 ‘일시적’이라고 표현됐던 인플레이션이 공급망 병목 등으로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증시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기도 하다. 파월 의장은 연임 결정과 함께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등극했고, 하반기 들어 연준 인사들 또한 테이퍼링 가속화를 강조하며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 지표, 연준의 신호, 시장의 관측, 이 3가지 요소가 서로 간극을 좁히기 위한 일종의 심리 싸움이 된 것이다.

14~15일(현지시간) 이틀간 열린 FOMC 회의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정책금리를 현 수준(0.00∼0.25%)에서 동결하고, 2022년 1월부터 매월 300억달러씩(국채 2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100억 달러) 순자산 매입을 이전보다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이 속도대로라면 자산매입 프로그램은 2022년 3월에 종료될 예정이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성명서에서 “일시적”이라는 언급을 삭제하고 물가 전망을 상향했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의 경우 2022년 금리 인상은 3회,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3회, 2회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기준 금리 인상 시점도 내년 6월로 앞당겨졌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매파적 성향을 공식화했음에도 금융시장이 이를 이미 반영해 안도랠리를 시현한 점을 볼때, 지금보다 연준이 더욱 매파적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금융시장 스트레스가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낮다”면서 “지금 같은 추세라면 중립금리(2.00%)를 밑도는 수준에서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수 있고 이는 위험자산에 중기적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