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로 춥다더니"…예상보다 온화한 초겨울 '왜'
by김경은 기자
2021.12.11 07:00:00
기상청 예상과 달리 평년 기온 웃돈 11월
대부분 예측기관도 11월 한파 예상
예측 빗나간 3가지 변수…라니냐ㆍ북극진동ㆍ티벳고기압
WMO, 라니냐 발생 확률 90%…"올 겨울 추위 대비할 필요"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당초 추울 것으로 예상됐던 11월이 오히려 평년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면서 그 원인과 향후 기상전망에 이목이 쏠린다.
올해 초겨울이 예상보다 기온이 따뜻했던 이유로는 라니냐 기준에 다소 미치지 못한 해수면 온도 및 예상을 웃돈 북극해빙 면적, 티베트 고기압의 발달이 꼽힌다.
전 지구적 요인이 예상과 달리 나타난 만큼, 당분간은 한반도 주변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큰 양상을 나타낼 전망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의 전국 평균 기온은 8.3도로 평년(7.6±0.6도)보다 다소 높았다.
앞서 기상청은 지난 9월 중순 ‘3개월 전망’에서 11월은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확률이 50%로 이례적인 공격적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기상청뿐만 아니라 지난달 전망에 대해 다른 기관들도 대체로 평년보다 추울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대부분 예측이 빗나갔다.
이 같은 11월 저온의 배경으로 기상청과 기상전문가들은 라니냐, 음의 북극진동 등을 원인으로 꼽았는데, 실제 양상은 이와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통 라니냐가 발생하면 그해 겨울 동아시아 지역은 추워지고, 음의 북극진동에서는 북측 찬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와 한파를 몰고 온다.
하지만 현재 라니냐는 경향성은 있으나, 한파의 주요 변수로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9~10월 열대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낮아져 현재는 평년보다 -0.5~-1.0도 정도 낮은 ‘약한 라니냐’ 상태를 보이고 있다.
라니냐는 감시구역인 열대 중·동태평양의 3개월 이동평균한 해수면온도 평년편차가 0.5도 이하로 5개월 이상 지속할 때 그 첫 달을 라니냐의 시작으로 공식화한다.
세계기상기구(WMO)와 기상청에 따르면 전 세계 엘니뇨·라니냐 모델 예측과 기후전문가들은 이번 겨울철 약 90%의 확률로 라니냐가 발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경숙 기상청 기후예측과장은 “열대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라니냐 경향이긴 하지만 아직 라니냐는 아니다”라며 “여기에 북극해빙이 10월 예측 당시에 비해 많았던 것도 온난한 초겨울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북극해빙이 적으면 음의 영향으로 동아시아가 추울 확률이 높지만, 현재 양으로 바뀌며 북극 한기가 내려오지 않게 됐다는 이야기다.
북극해빙은 북극으로 유입되는 태양빛을 반사해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북극해빙의 면적은 관측이 시작된 1970년대 말과 비교해 여름철 기준 40% 넘게 줄어 북극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한반도 주변의 기압계 상황도 더해졌다. 10월 중순 티베트 고원에서 관측됐던 눈이 갑자기 녹아내리며 티베트 고기압이 발달, 이 티베트 고기압이 북측의 한기를 막고 우리나라에 이동성 고기압을 보내면서 온화한 기후로 이어진 것이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박사는 “올해 초겨울은 북극의 영향보다는 한반도 주변의 영향이 커 보인다”며 “예년보다 북극해빙이 많고 기압패턴이 조금 다른 모습이라 예측이 잘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과 관련해서 전문가들은 높은 변동성을 전망했다. 김 박사는 “올 겨울은 라니냐, 북극진동 등 지구적 요인보다 한반도 주변 국지적 기상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조 과장은 “라니냐가 지금은 힘을 발휘하진 않지만 보통 라니냐 경향을 보이면 한반도가 추운 경향이 있다”며 “12월은 변동성이 크겠지만 세계적으로 라니냐 경향에서 결국 기준을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고 보수적으로 추위에 대비할 필요는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