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에 꽂힌 K-바이오]②나스닥 상장 성패는 ‘기술력’과 ‘현지화’가 좌우
by김유림 기자
2021.04.01 05:03:00
좋은 기술이 현지 유력 기관투자 이끌어 낼 수 있어
현지법인 직접 설립 아티바…나스닥 상장 정석 과정
신약개발 상용화 목표시대, 다양한 나스닥 전략 구사
[이데일리 김유림 기자]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면서 K바이오에서도 넥스트 쿠팡이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K바이오가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고 안착하려면 차별화된 ‘파이프라인’과 ‘현지 네트워크’가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전략은 △미국 현지법인 설립을 통한 나스닥행 △미국 바이오 업체 지분 투자를 활용한 나스닥행 △한국 법인의 나스닥행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좋은 파이프라인, 탄탄한 기반기술 등 미국투자자가 관심 갖을 만한 회사 내용부터 만들어 놔야 한다”며 “그 다음은 제품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잘 팔아야 한다. 여기에 빅파마에 투자한 적이 글로벌 기관투자자 임원이 보드멤버(이사진)로 있을 경우 딜 컨디션이 훨씬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쿠팡은 미국인들도 인정하는 좋은 투자자 소프트뱅크가 투자했기 때문에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제대로 각인을 할 수 있었고, 나스닥보다 상장 요건이 까다로운 뉴욕 증시 입성까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술력 입증→유력 미국 기관투자자의 투자→글로벌 빅파마 기술이전→글로벌 기관투자자의 추가 투자→나스닥 상장’이 바이오 기업의 나스닥 입성 정석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 과정을 밟고 있는 대표적인 곳은 미국 현지법인 설립 방식으로 나스닥행을 추진하고 있는 ‘아티바 테라퓨틱스(아티바)’다.
지난 2019년 3월 GC녹십자홀딩스(005250)와 GC녹십자랩셀(144510)은 연구개발을 위한 기업 아티바를 미국에 설립했다. GC녹십자홀딩스가 16.4%, 녹십자랩셀이 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티바는 지난 1월 글로벌 빅파마 MSD(머크)에 총 18억6600만 달러(약2조861억원) 규모 ‘CAR-NK 플랫폼’을 라이선스 아웃을 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미국 유력 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아티바의 기술력을 알아보고 투자에 들어왔다. 5AM, RA, 벤바이오 등 글로벌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탈은 시리즈A에서 7800만 달러(약 94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시리즈B는 글로벌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기관인 벤록 헬스케어 캐피털 파트너스가 주도했으며, 1억2000만 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엘앤케이바이오(156100)가 2억원을 출자해 미국에 설립한 ‘이지스 스파인’도 나스닥을 계획 중이다. 이지스 스파인은 엘앤케이바이오 제품을 미국 병원에 직접 판매하거나 대리점을 통한 간접 판매를 하는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다.
| 각 기업별 상장 추진 현황. [표=김유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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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법인 지분 투자를 통한 나스닥 상장은 이미 1호 기업이 있다. 2019년 1월 한독(002390)과 제넥신(095700)은 2500만 달러(약 280억원)를 공동투자(50대 50), 미국 기업 ‘레졸루트’의 지분 54%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9일(미국 현지 기준) 나스닥에 상장까지 시켰으며, ‘RZLT’로 거래되고 있다. 상장 당시 주당 20달러를 횡보하던 레졸루트의 주가는 이날 기준 7달러 수준, 시가총액은 700억원에 달한다. 레졸루트는 선천성 고인슐린혈증 치료제 ‘RZ358’의 미국 임상 2상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당뇨병성 황반부종 치료제 RZ402의 미국 임상 1상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매년 나스닥 상장 유지비용 수십억원을 감당할 수 있고, 1~2년 기다려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주가가 급등할 수도 있다”며 “레졸루트는 아직 시가총액이 1000억원도 안 돼 성공적인 나스닥 상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현재 제넥신과 에스씨엠생명과학(298060)의 코이뮨, 에이비프로바이오(195990)의 에이비프로 등이 미국 법인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이전 성과를 낸 회사는 아직 없다. 미국 현지 유력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들어온 곳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국내 바이오 기업 가운데 미국 나스닥에 입성할 수 있는 대표적 후보로는 ‘이뮨온시아’가 첫손에 꼽힌다. 이뮨온시아는 2016년 유한양행(000100)과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소렌토 테라퓨틱스가 합작해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으로 설립한 회사다. 유한양행이 51%, 소렌토는 4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있다. 2019년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450억원 투자를 받았다.
결국 이뮨온시아는 한국 법인이지만 사실상 소렌토라는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등에 업고 시작한 바이오텍이다. 파이프라인은 PD-L1 타깃의 ‘IMC-001’ 국내 임상 2상, CD47 타깃 ‘IMC-002’의 미국 임상 1상을 각각 진행 중이다. 암세포에 있는 특이단백질 PD-L1, CD47을 억제함으로서 T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기전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통한 글로벌 임상진행의 용이함, 그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들이 한국 바이오기업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주리 한국바이오협회 미래성장부문 부문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지역 같은 경우 벤처투자, 연구개발, 관련 인력이 풍부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진행되고 있다”며 “미국 네트워크는 초기단계에는 임상 파트너사를 고르는데, 후기에는 세일즈 파트너를 찾는데 큰 이점을 취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면 현지화는 빼놓을 수 없는 전략”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