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정계복귀 파괴력은? 당 안팎 반응은 싸늘(종합)
by권오석 기자
2021.03.11 05:00:00
10일 SNS 통해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갈 것" 복귀 선언
지난해 4월 21대 총선 대참패 이후 1년만 복귀
당 안팎 분위기 냉랭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전문가들 "재보선 앞두고 당에 악재될 수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정계 복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지난해 4·15 총선에서의 참패를 책임지고 물러난지 1년만이다. 그는 4월 재보선을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정권 심판’을 위해 당에 힘을 싣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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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대표는 지난 1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야만의 정치를 끝내야 한다. 우리는 그들을 ‘충직한 개’로 착각하고 양떼를 맡겼으나 그들은 본성을 숨기고 우리의 안전과 재산을 이웃 늑대와 함께 갈취했다”고 이같이 말했다. 현 정권이 민생 파탄의 원흉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어 그는 “피해를 감수하며 더 기다려 주면 나라가 황폐해져 회복불능 상태가 될 것이다. 경종을 울려야 조심하며 눈치를 볼 것이다”며 “이번 4·7 재보선이 마지막 기회다. 여기서 실패하면 이 정권의 폭정은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력이지만 저부터 일어나겠다. 용기를 내겠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문재인정권에 대한 공분을 나누고 희망의 불씨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지난해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내주는 대참패를 맞고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두문불출하던 그는 자신을 보좌했던 김우석 전 상근특보와 인터뷰 형식의 대담집 ‘나는 죄인입니다’를 지난달 출판하면서 정계 복귀 시동을 걸었다.
황 전 대표는 거대 여당이 ‘일방 독주’를 하게끔 발판을 마련한 장본인이라는 원성을 지금까지도 듣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당시 미래통합당이 4·15 총선 패인을 분석한 ‘총선 백서’에서는 “황 전 대표가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을 임명하면서 혁신 공천, 공정한 공천, 이기는 공천을 천명했지만 실제 이뤄진 공천에서 이러한 원칙이 제대로 적용됐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면서 전·현직 의원들 돌려막기, 중진들의 험지 재배 등을 패배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최근 출간한 ‘총선 회고록’을 통해 황 전 대표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가질수록 당과 일정 수준 이상의 공감대를 가져야 했다”며 “계파를 초월한 공천관리위원회가 사실상 처음인데, 당 지도부의 지지가 시간이 흐를수록 흐려져 갔다”고 기억했다.
총선 패배를 차치하더라도, 21대 총선 당시 개표가 다 끝나지 않았음에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선거 사무실을 떠난 황 전 대표를 기억하는 인사들이 여전하다. 당의 수장으로서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 실망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당내에서는 황 전 대표의 등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분위기다. 당의 수장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서 중도층 확보·외연 확장을 노력 중인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이미지의 황 전 대표를 받아들이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황 전 대표의 복귀 선언에 대해 “개인의 생각이고,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누가 억제할 순 없지 않겠느냐”며 딱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익명의 한 초선 의원도 “당내 인물이 없다는 책임감과, 4월 재보선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함으로 보인다”면서도 “국민이 그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재보선은 단지 명분일 뿐이며, 황 전 대표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재건하기 위한 행보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에 악재가 될 수 있다. 극우 이미지로 포장된 사람이 이 시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없다”며 “그나마 지지율을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지지자들을 다시 도망가게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