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부동산톡]부동산으로 빚 갚기로 해놓고 처분시 형사책임?

by양희동 기자
2020.07.25 05:12:37

[김용일 법무법인 현 부동산전문변호사] 채무자가 채권자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이행기에 변제하지 못하면,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대신 양도하기로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대물변제의 예약이라 하는데, 위와 같은 약정에도 불구하고 채무자가 해당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시, 채무자에게 형사책임이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존 대법원 판례는 배임죄가 된다고 하였으나, 최근 대법원 판례는 무죄라고 하는바, 이번 시간에 정리해 보겠다.

대물변제란 채무자가 채권자의 승낙을 얻어 본래의 채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다른 급여를 하는 것을 말하고, 대물변제의 예약이란, 위와 같은 대물변제를 할 것을 미리 약정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들어, A가 B로부터 3억원을 빌리면서 그 담보조치로, 만일 변제기에 그 원리금을 갚지 못할 경우 A 소유의 C 부동산을 B에게 이전하기로 미리 약정해 두는 경우가 대물변제 예약의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그런데, 변제기한이 지났음에도 A가 C 부동산을 B에게 이전하기로 한 약정을 이행하지 않고, 제3자에게 매도 또는 증여한 경우, 형법상 배임죄에서 말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배임죄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배임행위에 의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때 성립하는 죄로서(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배임죄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데,

대물변제 약정 후, 위 약정을 위반하고 제3자에게 부동산을 매도하는 것의 죄책과 관련하여, 과거의 대법원 판례는 위 약정을 이행하는 것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라 하여 배임죄가 된다고 하였으나, 2014년도에 기존의 판례를 변경하여, 위 약정을 이행하는 것은 자기의 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므로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법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소비대차 등으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고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장래에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물변제 예약에서, 약정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여야 할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의 사무’에 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고 하였고



그 이유에 대해, “대물변제예약의 궁극적 목적은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 확보에 있고, 채무자가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는 (채무변제라는)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무자에게 요구되는 부수적 내용이어서 이를 가지고 배임죄에서 말하는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타인의 사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14.8.21. 선고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채무자는 결국 채무변제가 가장 중요한 의무이고, 그 채무변제 대신에 부동산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채무변제를 위한 부수적 의무에 불과하므로, 설사 부동산을 이전하지 않았다고 해도 배임죄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은 경우, 채권자는 대물변제 약정을 위반한 채무자에게 민사상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등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부동산 거래에서 배임죄는 주로 이중매매에서 문제가 되는데,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만 받은 상태에서는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하고 파기가 가능하므로, 그 부동산을 제2매수인에게 매도해도 괜찮지만, 매도인이 제1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에서 나아가 중도금까지 받게 되면, 매도인은 더 이상 계약을 임의로 파기할 수 없어, 매수인의 제1매수인에 대한 등기협력의무는 타인의 사무처리에 해당하고, 따라서, 그 상태에서 해당 부동산을 제1매수인에게 이전하지 않고 제2매수인에게 이전하게 되면 형법상 배임죄가 된다.

참고로, 위와 같은 이중매매 등 부동산 계약위반으로 인한 배임죄의 성립여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필자가 2020.6.21.에 쓴 “부동산 이중매매, 이중저당, 교환계약 위반시 배임죄 성립 여부”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용일 변호사

△서울대 경영대 △사법연수원 34기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