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추경에 목메다…경기부양 골든타임 놓칠라

by이진철 기자
2019.07.02 00:00:00

생산능력 감소 속 재고율도 상승..“하반기 반등 어려워”
추경안 통과만 기다리다 2개월간 허송세월
"재정 만능주의 벗어나 선제적 경기대응책 내놔야"

이낙연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6월2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진철 김형욱 기자]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더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경제가 더 나빠진다.”(6월24일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시정연설)

“국회에서 추경안이 심의조차 진행하지 못하는 시간이 안타깝고 속이 탄다.”(6월2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경제활력대책회의 발언)

84일 만에 국회 정상화를 이룬 여야가 19일간 본격적인 6월 임시국회 일정을 이어가지만 추경안 처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정부가 지난 4월25일 6조7000억원 규모의 미세먼지·민생경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당시보다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정부가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인 지난 2개월간 추경안 통과에만 목매면서 선제적인 부양책을 내놓을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제조업의 활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9년 5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제조업 생산능력지수가 전년보다 0.9% 내리며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971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다.

생산능력 감소 속에도 불구 재고율도 높아지고 있다. 5월 제조업 재고율은 118.5%로 1998년 9월(122.9%) 이후 20년 8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제조업체들이 불황을 고려해 생산능력을 줄였으나 그마저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산업생산·투자지표도 지난 4월 반등 기류에서 5월 다시 반락했다.

고용 상황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60대 이상 공공 일자리 고용 증가와 대조적으로 30~40대 제조업 분야의 고용이 악화했다. 수치상 고용상황은 나아지고 있지만 제조업이 활력을 잃은 탓에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세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현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난 5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산업생산·투자지표 하락 속에도 0.2포인트 상승하며 14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전망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하락하며 한 달 만에 반락했다. 전체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의 부진이 지속하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월별 수출실적은 지난달까지 7개월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동행·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추이. 통계청 제공
홍 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당국은 우리 경제가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 하반기에는 반등하는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 4월말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6월 또는 7월부터 추가 편성된 재정 집행이 시작되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 흐름을 보면 하반기엔 상반기보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정부의 전망은 빗나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내적으로는 주력산업 구조조정의 지속과 대외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인해 제조업은 한동안 어려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내수나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분야에서 부진 흐름을 상쇄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번 추경 예산이 경기 대응 목적으로 편성되기는 했지만 전체 4조5000억원의 추경 예산 중 2조1000억원은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취약계층 일자리 사업에 배분돼 경기부양 목표를 실현하는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부가 여야 대치로 국회 공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회의 추경안 통과만 기다리면서 주저앉는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은 앞서 내놨던 개별 대책을 한데 묶은 청사진일 뿐 당장 효과를 낼 수 있는 규제 완화나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세제지원 내용은 빠졌다.

지난달 27일 서비스산업 혁신 전략도 향후 5년 동안 70조원 규모 금융지원과 6조원의 연구개발(R&D) 비용 직접투자 등 내용을 담았지만 단기 경기부양 효과는 찾아보기 힘든 중장기 대책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분석실장은 “투자 위축, 수출 감소 등 전반적인 경기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장기적인 저성장으로 가는 상황”이라며 “재정을 풀고 금리 인하를 검토하는 등 선제적 경기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정부 추경안 주요 내용. 기획재정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