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9.07.01 06:00:00
주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상 ‘특례 제외업종’ 사업장에도 오늘부터 적용된다. 지난 1년간 유예됐던 노선버스, 방송, 금융, 교육, 숙박, 음식·주점, 연구·개발 등 21개 업종 1047개 사업장이 그 대상이다. 이제 육상·수상·항공 운송업과 보건업 등 안전이나 생명 문제와 직결되는 5개 업종을 제외한 300인 이상 대기업은 모두 주52시간의 틀 안으로 포함되는 셈이다.
걱정은 금융 등 일부 업종을 빼고는 준비 미흡으로 대부분 분야에서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노선버스업이 대표적이다. 전국적으로 당장 7300명의 운전기사가 충원돼야 지금처럼 정상운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업주가 재원 문제 등으로 필요 인원을 제때 확보하는 게 어려워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버스운행을 감축하거나 폐지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시민 불편이 불 보듯 뻔하다.
사정이 이렇건만 국토교통부는 버스 업무는 지자체 고유 권한이라며, 지자체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혼란을 줄이기 위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주기로 한 게 고작이다. 그러나 운전기사들은 근무시간 감소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며 파업도 불사할 움직임이라고 한다. 지난 5월에 이어 다시 전국 버스파업 위기가 우려된다.
시행 1년을 맞은 이 제도로 ‘워라밸’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대기업 근로자 등 일부에 국한한 얘기다. 야근이나 잔업 감소로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을 호소하는 기업 등 근로자와 기업 모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특히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야 할 길이다. 하지만 산업·직무별 특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일률 적용한 탓에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6개월 후 50~30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확대되면 부작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계도기간을 늘리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의 확대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