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by류성 기자
2019.06.08 03:46:12
[발가벗은 힘: 이재형의 직장인을 위한 Plan B 전략]
(5)스스로를 평생 고용할 준비를 하라!
내 나이 36~37세였던 시절, 나는 회사의 지원으로 미국에서 MBA를 밟았다. 그런데 MBA 2년차 되던 어느 날, ‘MBA 학위가 미래를 보장해줄까?’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주변에 워낙 ‘스펙’ 좋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차별화된 경쟁력이나 미래에 대한 준비 없이 MBA만으로 이들과의 경쟁에서, 혹은 퇴직 후에 성공이 보장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후 나는 밤잠을 설치며 미래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가지 의미 있는 질문이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남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어?’ ‘세상에 어떤 존재가 되고 싶어?’
‘나에게 성공한 삶이란 어떤 거지?’ ‘난 잘하는 게 뭐지? 좋아하는 건?’
‘내 역량을 제2의 인생 직업과 어떻게 연계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 끝에 나는 곧 마흔인데 ‘직장’만 열심히 다닐 게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직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고민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한 데는 “성공이란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타인의 삶에 영속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라고 한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이후 나는 질문들을 좀 더 구체화시켰다.
‘회사 업무의 연장선상에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내가 했던 일들을 생각해봤다. 주로 전략 수립, 경영 분석, 변화관리, 기업문화 정립, 혁신 리더 양성 등 전략과 HRM(Human Resource Management: 인적 자원 관리), HRD(Human Resource Development: 인적 자원 개발) 분야의 경영관리 업무였다. 생각해보니 이런 업무들을 통해 나는 경영자적 안목을 기를 수 있었고, 개인과 조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고 즐기는 업무였고,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돕는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는 순간, 내가 되고 싶은 존재, 평생 하고 싶은 일의 방향이 정해졌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기술인 코칭을 공부하면 시너지가 나겠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사실 그때 코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건 아니다. 누군가가 코칭이 각광받고 있으니 MBA 하면서 시간 나면 코칭 자격증을 취득해보라는 조언을 했었는데, 마침 그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나는 바로 국제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대리 시절, 회사에 외부 강사로 와서 인연을 맺었던 교수님이었다. 나는 정황 설명을 한 후 가장 좋은 코칭 과정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교수님은 세계적인 코치양성기관인 미국 CTI(The Coaches Training Institute)에서 주관하는 ‘코액티브 코칭(Co-Active Coaching)’ 과정을 추천해주었다. 수업료가 많이 비싸다는 말씀과 함께.
알아보니 역시나 수업료가 비쌌다. 그럼에도 나는 가진 돈을 탈탈 털어 코액티브 코칭 6개월 과정에 바로 등록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니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코액티브 코칭을 수강할 수 있고, 국제코치연맹(ICF: International Coach Federation)이 인증하는 전문 코치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 비해 비용도 더 저렴하다. 그런데 나는 회사에 복귀하면 시간이 없을 것 같아 현지에서 수강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살던 미시간 앤아버에서 코칭 수업을 받는 시카고까지는 차로 4시간 이상이 걸렸다. 장거리 운전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나는 부푼 마음으로 그 여정을 기꺼이 즐겼다. 30여 명의 동기들 중 동양인은 나 혼자였고, 영어로 코칭 실습을 하려니 정말 진땀이 났다. 하지만 그 시간은 무척 행복했다. 시카고에서 코액티브 코칭을 처음 수강한 그날의 벅찬 감정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날 밤 존핸콕타워 마천루에서 시카고 야경을 바라보며 나는 나의 비전과 신념을 정리해봤다.
비전: 개인과 기업의 본질적 성장과 변화를 돕는 최고의 전문가
신념: 내가 보유한 지적 역량을 사회에 환원하여 보다 가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동안 나는 세상에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없거나 티끌보다 미미할 것이다. 이제 인생의 반이 남은 시점에서 내가 속한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의지를 잃지 않고 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도록 세상 만물이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길 바랄 뿐이다. 문득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서른일곱, 나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 미친 듯이 코칭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전문가로서의 여정에 첫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리고 6개월 후 드디어 모든 과정을 수료했고, 또 6개월간의 자격 취득 준비 과정을 거친 후 미국 CTI가 인증하는 CPCC(Certified Professional Co-Active Coach)와 국제코치연맹이 인증하는 ACC(Associate Certified Coach)라는 전문 코치 자격을 취득했다.
MBA와 병행하느라 정말이지 눈코 뜰 새 없는 시간들이었다. 6개월 동안 밤 12시가 넘는 시간에 국제전화로 참가자들과 코칭 실습을 해야 했는데, 이 시기를 어떻게 견뎌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후 KPC(Korea Professional Coach)라는 (사)한국코치협회 인증 전문 코치 자격도 취득하면서 나는 점차 ‘평범한 직장인’에서 ‘전문 직업인’으로 변화하고 성장해나갈 수 있었다. 또한 나 스스로를 평생 고용할 준비를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