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혁, 서울시극단과 첫 작업…"에너지만 쫓아 왔다"

by장병호 기자
2019.04.15 03:00:00

12일 개막 ''함익'' 연우 역으로 무대에
"김광보 연출 제안에 두 손 들고 출연"
조상웅과 더블 캐스팅 "행복한 경험"
서울시극단 인기작…28일까지 공연

서울시극단 연극 ‘함익’의 한 장면. 연우 역의 배우 오종혁(가운데)(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아이돌 그룹 클릭비 멤버에서 뮤지컬·연극배우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오종혁이 서울시극단과 첫 작업에 나섰다. 오종혁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연극 ‘함익’에서 연우 역을 맡아 관객과 만나고 있다.

‘함익’은 연극 ‘목란언니’ ‘션샤인의 전사들’로 잘 알려진 극작가 김은성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한국 연극계의 중견 연출가인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의 연출로 2016년 초연에 올라 호평을 받았다.

개막일에 연 전막시연회에서 오종혁은 “정보력이 많이 부족해서 서울시극단이 어떤 곳인지는 사실 잘 몰랐지만 김광보 연출과는 꼭 한 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작품 제안을 받자마자 두 손을 들고 ‘하고 싶다’며 먼저 질렀다”고 말했다.

작품은 원작에서 ‘죽느냐 사느냐’를 고민하던 왕자 햄릿을 30대 재벌 2세이자 연극과 대학교수인 여성 함익의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낸다. 오종혁이 맡은 연우는 함익이 가르치는 연극과 제자. 연극을 사랑하는 연우는 ‘햄릿’에 대한 냉철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풀어내며 연우의 내면을 뒤흔드는 캐릭터다.

오종혁은 “늘 연습을 시작하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렇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공연에는 서울시극단 연수단원들도 함께 했는데 다들 훌륭한 실력을 갖고 있어서 ‘극단에 도움은 안 돼도 누는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그들의 에너지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함익’ 전막시연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서 배우 이지연(왼쪽부터), 최나라, 김광보 연출, 김은성 작가, 배우 조상웅, 오종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세종문화회관).


오종혁과 함께 연극 ‘네버 더 시너’,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등에 출연했던 배우 조상웅도 연우 역을 번갈아 맡는다. 조상웅은 “서울시극단의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잘 할 수 있을지 부담이 컸다”며 “도전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고 지금은 배움의 과정에서 얻은 행복이 크다”고 말했다.

초연 때는 배우 윤나무가 연우 역을 맡았었다. 김광보 연출은 이번 더블캐스팅에 대해 “서울시극단에서는 아쉽게도 연우 역에 잘 어울리는 배우를 찾기 힘들었다”며 “조상웅, 오종혁에 대한 추천을 받아 서로 다른 색깔의 연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을 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주인공 함익과 함익의 분신인 익 역은 초연에 이어 서울시극단 단원 최나라, 이지연이 각각 맡는다. 최나라는 “초연 때는 쉽지 않은 인물을 반드시 잘 살려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면 이번 재공연은 관객의 기대에도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팀워크가 좋은 동료 선후배들, 그리고 새로 온 연우와의 호흡에 힘을 얻어 작품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재공연은 초연 당시 호평에 힘입어 3년 만에 이뤄졌다. 김은성 작가는 “연극을 좋아하는 계기가 된 작품이 ‘햄릿’이라 언젠가는 꼭 ‘햄릿’에 대한 작품을 쓰고 싶었다”며 “치열한 문제의식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장르적인 냄새가 나는 희곡을 써보고 싶어서 묵혀뒀던 ‘햄릿’의 이야기를 꺼내 쓴 작품이 ‘함익’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연은 오는 2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