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⑥얼굴 인식에 담긴 과학의 원리

by이연호 기자
2018.08.26 08:52:39

사람 얼굴 인식하는 뇌 영역 별도 존재…이 곳 손상되면 ''안면실인증''
아내를 모자로 착각·거울 비친 자신 모습 인지 못하기도
최근 3D 안면인식 기술 개발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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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얼굴.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사람들의 얼굴을 유독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비단 영업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사회생활에 불리한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수준이 단순한 불편 정도가 아니라면 어떨까. 가령 임종을 앞둔 억만장자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자식들의 얼굴을 전혀 기억 못하는 상태가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녀들이 순식간에 수십명이 생겨나고 그 가짜 자녀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유언장을 고치려고 혈안이 될 것이다. 극단적인 예 같지만 실제 이런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안면인식장애라고 부르는 ‘안면실인증(prosopagnosia)’이라는 질병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다.

미국의 저명한 뇌신경학자로 뉴욕대학교 의과대학 신경학과 교수를 지낸 올리버 색스(Oliver Sacks)도 안면실인증 환자였다. 올리버 색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못 알아보기도 했고 심지어 자신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기도 했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서로의 얼굴에서 나이, 건강 상태, 성별, 표정을 통한 감정 등 많은 정보를 얻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수 많은 타인을 구별할 때 얼굴 외의 다른 신체부위를 보고 그 사람을 알아보지는 않는다. 그만큼 얼굴은 중요하다.



안면실인증은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두뇌의 얼굴을 판단하는 특정 부분의 손상에 의해 후천적으로 발생한다. 뇌에서 일반 사물을 인지하는 부분과 사람을 인지하는 부분은 다르다.

이와 관련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르다 파라(Martha Farah) 교수가 71명의 안면실인증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가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뇌의 좌우반구 양측에 손상이 있는 환자가 46명(65%)였고 오른쪽 뇌에만 손상이 잇는 환자는 21명(29%)였다. 왼쪽 뇌만 손상이 있는 경우는 4명(6%)에 불과했다. 눈의 망막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가 후두엽에서 분석 과정을 거쳐 방추이랑이라는 곳에서 인식을 하게 되는데 이 영역이 손상되면 안면실인증이 되는 것이다. 방추이랑은 결국 일종의 얼굴 정보 처리소인 셈이다. 더불어 도움말=김지윤 과학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