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희망이다]우리가 메디톡스의 미래입니다
by강경훈 기자
2018.02.26 05:00:16
바이오벤처 메디톡스, 설립 17년만 첫 공채
"지속적 성장 위해서는 떡잎 키워야"
제대로 된 연수 위해 인력개발 전문가 채용
화합·협업 강조…'함께 할 자세'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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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메디톡스 1기 공채로 뽑힌 신입 연구원들이 실험도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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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벤처기업은 성장보다 생존이 당면과제인 경우가 많다. 태풍 앞에 맨몸으로 놓인 촛불 신세다 보니 신입사원을 뽑아 차근차근 교육해 업무에 투입하고 회사의 성장에 발맞춰 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그런 점에서 설립 17년만에 처음으로 신입직원을 공개채용한 메디톡스(086900)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메디톡스는 2000년 설립해 국내 최초로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을 국산화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신입직원 공개채용을 실시해 40여명의 신입직원을 뽑았다. 차경헌 메디톡스 인사팀 차장은 “경력직은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 있는 반면 신입직원은 ‘첫 직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첫 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은 로열티로 연결된다”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정현호 대표가 선문대 교수시절이던 2000년 IMF 구제금융 여파로 연구비 지원이 끊기면서 연구비를 벌기 위해 창업했다. 직원이라고 해 봐야 대학원생 대여섯 명이 전부이던 초기에서 10년만인 2011년 100명을 넘겼고 지속적으로 늘어 지난해 말 현재 540여명이 됐다. 신입 공채 시행에 대해 정현호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먼 벤처기업이지만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생각한다면 신입을 뽑아 가르치면서 성장시키는 게 중요하고 그럴 시점에 도달했다”며 “앞으로도 매년 공채 형식으로 신입사원들을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메디톡스가 신입직원 채용을 안 했던 것은 아니다. 차 차장은 “부서별로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사람을 뽑아서 그렇지 채용규모만 따지면 공채와 비슷하다”며 “회사에 대한 기본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업무을 시작하던 문제를 해결하고 처음부터 인력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공개채용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공채를 진행하면서 회사 임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지원자들의 스펙이 기대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지원자들에게 물어보니 다들 지난해 가을 진행한 TV광고 얘기를 했다. 차 차장은 “광고 집행 전에는 이력서를 받아도 딱히 뽑고 싶은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광고로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우수한 인재들의 지원이 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단순히 채용을 위한 채용보다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에 맞는 인력을 선별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당초 60여명을 뽑을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40여명만 채용했다.
회사로서도 공채가 처음이다 보니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이 없었다. 차 차장은 “교육을 외부에 아웃소싱하면 회사가 원하는 내용에 집중할 수 없어 인력자원개발(HRD) 전문가를 채용했다”며 “연수가 끝난 후 신규 채용 직원들이 ‘우리 회사’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하게 됐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공채로 입사한 정인영(26·해외사업팀) 씨는 “학교 추천으로 지원했는데 평소 미용 분야에 관심은 있었지만 합숙연수를 통해 내 선택에 확신을 하게 됐다”며 “입사 4개월차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담당지역을 배정받아 신규업체 발굴과 기존 업체 커뮤니케이션, 선적관리 등 실무를 맡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사자인 조민찬(29·RA팀) 씨는 “대학원에서 식약처나 제약사, 약사 등 현장 전문가들의 수업을 들을 때 메디톡스를 사례로 언급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직접 와 보니 신입임에도 의견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등 할 수 있는 일을 마음껏 하는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정씨는 유럽 지역전문가가 되는 것이, 조씨는 개발 중인 약을 초기부터 최종 상용화까지 각 단계별로 인허가 과정을 전담해 보는 게 꿈이다. 주희석 대외협력본부 상무는 “의욕만 있으면 얼마든지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회사는 적극적으로 지원하려고 한다”며 “당연한 말이지만 직원이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화합, 협업을 특히 강조한다. 이번 공채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도 바로 ‘동료와 함께 일할 자세와 준비가 돼 있는가’다. 협업과 화합은 정현호 대표가 사업 초기부터 강조한 덕목이다. 그 자신이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나와 대학교수까지 지낸 소위 ‘엘리트’ 출신이지만 정 대표는 스스로를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미생물 분야에서는 1인자일지 모르지만 경영·인사·회계·인허가·규제 등 제약사 운영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아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모든 것을 안다고 자만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며 “이것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