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그룹 인사해부]3대 키워드..`성과주의· 세대교체· 신성장동력`

by양희동 기자
2017.12.11 04:35:00

내우외환 속 '혁신 엔진' 중용
최대 실적 반도체..승진자 절반 배출
40~50대 젊어진 임원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에 삼성·LG·SK 등 국내 주요 그룹을 이끌 부사장급 이상 승진자들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선택됐다. 삼성전자(005930)는 60대 사장단 전원 교체라는 강력한 인적 쇄신과 함께 50대 이하 차석자를 승진시켜 안정적인 세대 교체를 이뤘다. 또 40대를 포함해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부사장 승진자를 배출, 미래를 이끌 ‘인력 풀(Pool)’도 확보했다. LG그룹은 사상 최대 규모 승진 잔치 속에 성과가 탁월했던 LG전자(066570)·LG화학(051910)·LG디스플레이(034220) 등을 중심으로 B2B(기업 간 거래)와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인재를 선택했다. 지난해 사장단을 대폭 교체한 SK그룹은 이번엔 50대 초반 사장들을 임명해 ‘딥 체인지(Deep Change)’를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10일 이데일리가 ‘2018 정기임원인사’를 마친 삼성전자 및 전자 계열사 6곳과 LG그룹, SK그룹 등의 부사장급 이상(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 승진자 81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번 인사를 관통한 3대 키워드는 △성과주의 △세대교체 △신성장동력 발굴 등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기업의 경영 환경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내 법인세 인상과 재벌 개혁 등으로 안팎에서 어려웠다. 특히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기소돼 1심에서 5년형이 선고된 ‘총수 부재’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대내외 악재 속에서 삼성·LG·SK 등 주요 기업의 연말 인사 방향은 자연스럽게 성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올 들어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 DS(디바이스 솔루션)부문에서 최다 승진자가 나왔다. 사장 승진자 9명 가운데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과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황득규 중국삼성 사장 등 4명이 DS부문 출신이다. 또 부사장 승진자도 27명 중 45%에 달하는 12명이 DS부문에서 배출됐다.

LG그룹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화학 등 실적 개선을 이끈 핵심 계열사에서 전체 임원 승진자의 75%가 나왔다. 사장 승진자(5명)의 경우 LG전자는 권봉석 HE(TV부문)사업본부장과 권순황 B2B사업본부장, 박일평 CTO 겸 SW센터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렸고, 노기수 LG화학 재료사업부문장과 황용기 LG디스플레이 TV사업부장까지 3개 회사가 독식했다. 또 총 17명인 부사장 승진에서도 LG전자(8명), LG화학(3명), LG디스플레이(3명) 등이 80% 이상을 휩쓸었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를 큰 폭으로 실시했던 SK그룹은 올해는 부사장 승진에서 실적을 크게 반영한 모습이다. 부사장 승진자 7명 중 절반에 가까운 3명이 SK하이닉스(000660)에서 나온 것이다.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올 한해 14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인 SK하이닉스는 전체 임원 승진 규모가 역대 두 번째인 41명에 달했다.



50대가 전면에 등장한 세대 교체 바람도 이번 연말 인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삼성·LG·SK 등 3개 그룹의 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 승진자 총 81명의 평균 나이는 54.8세로 나타났다. 삼성은 사장 승진자 전원이 50대인 가운데 평균 나이가 56세였고, 부사장은 49세인 이돈태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부센장과 안덕호 DS부문 법무지원팀장을 포함해 53.8세로 조사됐다. LG는 사장 승진자 57.2세, 부사장 승진자 53.8세였다. LG도 정화수(49) LG전자 생산기술원장비그룹장이 40대로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SK는 사장 승진자의 평균 나이가 53세로 3곳 중 가장 젊었다. 안재현(51) SK건설 글로벌Biz대표와 조경목(53) SK에너지 대표, 장용호(53) SK머티리얼즈(036490) 사장 등 3명이 50대 초반 나이에 사장이 됐다. 최태원 SK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젊은 인재를 중용,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적 쇄신도 이루겠다는 의지의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에선 신성장동력이 될 ‘미래 먹거리’ 발굴 적임자를 찾기 위한 고심의 흔적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DS부문 산하에 있던 미국 삼성전략혁신센터(SSIC)를 전사 조직으로 분리, 손영권 CSO(최고전략책임자) 사장에게 미래 먹거리 발굴의 중책을 맡겼다. 손영권 사장과의 협업 분야는 기존 DS부문에서 CE(소비자 가전)·IM(IT 모바일)부문 등 사업 전 영역으로 확장됐다.

LG는 LG전자의 B2B사업부를 조직 개편을 통해 본부로 격상시켜 신사업 발굴 및 육성에 힘을 실었다. 또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상무를 B2B사업본부 산하 ID(Information Display) 사업부장으로 내정해 무게감을 더했다. 또 SK는 세계 2위인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세인 낸드플래시 분야 역량 강화를 위해 토니 윤 낸드솔루션 개발담당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