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로 혈압 체크, VR로 통증 치료..삼성전자 '무병장수' 앞당기나
by이재운 기자
2017.09.11 03:59:00
IT 접목 헬스케어 서비스 가속
의료 계열사 데이터·노하우 축적
모바일 접목, 원격의료 시대 선도
건강진단시스템 등 내년 상용화
|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지난달 진행한 ‘릴루미노’ 시연회에서 취재진들이 저시력자 체험 특수안경과 릴루미노 앱을 설치한 기어VR을 착용하고 그림 작품이나 글자를 보고 있다. 사진=이재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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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원격의료 시대에 대비해 IT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기반 쌓기에 한창이다. 영리병원 등 민감한 화두를 피해서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서비스에 집중한다. 종합병원부터 의료기, 제약 등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를 아울러 헬스케어 분야 종합 역량을 완성해 사업 기회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 에프앤아이 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모바일 가상현실(VR)을 활용한 건강관리기술 개발 및 서비스’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모바일 기반 헬스케어 통해 데이터·노하우 축적
이 사업은 삼성전자의 VR 헤드셋 ‘기어VR’과 에프앤아이의 VR 콘텐츠 기술,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결합해 모바일 가상현실 기반의 의료 프로그램을 연구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자살 위험 진단·예방을 위한 인지행동치료에 초점을 맞춰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의료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 기어VR은 물론 웨어러블(기어S3), 모바일 헬스케어(S헬스), 인공지능 비서(빅스비) 등 무선사업부가 가진 관련 기술·서비스를 각 단계별로 활용하면서 통합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적화된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의료기사업부(CE사업부문 산하)를 보유하고 있고, 2011년에는 국내 의료기 제조사 메디슨을 인수해 현재 삼성메디슨이라는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의료기 사업이 비록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정밀성을 요하는 사업 운영을 계속 이어가면서 삼성전자는 적지 않은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 분야와의 협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시너지를 도모하고, 보다 빠르게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지원 사업인 ‘C랩(C-Lab)’에서도 관련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릴루미노’라는 기어VR 전용 앱을 통해 저시력자가 글이나 그림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해외법인도 데이터와 노하우 쌓기에 열중이다. 호주법인은 현지에서 암 환자를 대상으로 기어VR을 이용한 고통 덜어주기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2022년까지 중요한 시기” 노인 건강관리에 집중
삼성전자는 이외에도 같은 그룹 내에 바이오 의약 사업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 등과 삼성의료원(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 등)이라는 대형종합병원과도 원활하게 협력, 소통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
시장 전망은 밝다. 시장조사업체 ABI리서치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일회용 의료기 센서의 개수가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30%씩 성장해 350만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해외에서는 산간벽지나 섬 지역 등 의료기관을 일정 규모 이상 꾸리기 어려운 곳을 대상으로 원격의료를 점차 도입하고 있다. 미국, 중국은 물론 러시아 등 유럽 국가도 점차 법 개정 등을 통해 도입을 시작한 상태다. 조나단 콜린스 ABI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의료용 센서 제품이 빠르게 진화해왔다”며 “현재와 2022년 사이는 관련 업체로 이뤄진 원격의료 생태계에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걸림돌은 국내 일각의 여론이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삼성이 ‘영리병원’과 원격의료를 묶어서 진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반대 의사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MERS) 사태 당시 병동이 폐쇄된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제한적으로 원격진료를 허용하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전부터 추진하려 했던 의료상업화 정책을 이번 기회에 밀어붙이려는 것”이라며 반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런 점을 고려해 고도의 진료행위보다는 건강관리나 예방 등 영리병원 논란과 거리가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구개발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만큼 주로 집 안에 거주하는 노인, 즉 ‘재가노인’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노인 인구가 2010년 5억2400만명에서 2050년에는 15억명으로 3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 지난 4일 서울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김근표 삼성전자 한국총괄 IM솔루션그룹장, 김재진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진료부원장, 정덕환 에프앤아이 대표가 ‘모바일 가상현실을 활용한 건강관리기술 개발 및 서비스’ 사업 제휴를 위한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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