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안 되는 O2O는 줄이고 카톡 기반 AI로 변신

by김현아 기자
2017.07.14 03:54:50

모바일 플랫폼→O2O플랫폼→AI플랫폼으로 변신하겠다
돈 안되고 갈등 유발하는 O2O 사업 축소..클린홈 접어
게임, 포털, 커머스 필요한 사업은 키우다
AI에 올인..김범수 의장과 10년지기 계열사 시너지 위해 합류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카카오(035720)가 안 되는 사업은 접고, 카카오톡 기반의 강력한 인공지능(AI) 플랫폼 회사로 변신하려고 조직 개편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과 합병한 뒤 한동안 합병 시너지를 못 낸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적극적인 사업 조정을 통해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합병 이후 경쟁력이 약해졌던 게임 및 포털 부문 강화와 함께 돈 먹는 하마였던 온·오프라인 통합(020) 사업에 대한 비중은 줄였다.

대신 미래 성장사업인 커머스 사업부문과 AI 부문을 신설하고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으며, 투자회사가 70여개로 불어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공동체성장센터’를 CEO 직속에 만들었다.

이런 시도가 아직 주식 시장에서 인정받은 건 아니다.

하지만, 2015년 9월 임지훈 대표 부임 이후 카카오의 DNA가 모바일 플랫폼→O2O플랫폼→AI 플랫폼으로 바뀌는 변신의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이사
카카오는 작년 11월 준비중이던 도우미 출동 서비스 ‘클린홈’을 접었다. 택시·블랙·대리기사로 숱한 화제를 낳았던 터라 런칭이 임박했던 클린홈을 접은 건 이례적이었다.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는 O2O는 자동차 분야를 빼고는 직접 하지 않고 파트너를 통한 중개 사업자로 남는다는 건 임지훈 대표 결정이었다. 020는 생활밀착형서비스로서의 가치는 높지만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 반해, 사회적 갈등비용은 컸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대신 파킹(주차)을 포함해 택시·대리기사 등의 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를 오는 8월에 분사시키기로 하면서, 글로벌 사모펀드(PEF)인 TPG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냈다.

아울러 쨉(사진메신저), 다음 클라우드, 다음 마일리지, 카카오헬로(전화앱), 슬러시(생방송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모바일송금서비스) 등도 접었는데, 서비스 자체에 연연하기 보다는 안 되는 사업은 빨리 접어 자원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임 대표는 게임사업과 포털 사업 같은 핵심 사업부분은 강화했다. 2015년 12월 남궁훈 부사장을 게임사업총괄로 영입하면서 중소 개발사와의 상생, 자체 게임 개발 청사진을 내놓은 덕분에 게임 사업은 정상화됐다. 올해 1분기에만 영업익 100억원대를 올려 작년 영업익 전체(101억)를 벌어들인 것이다.

지난해 6월에는 단일조직이었던 서비스 부문을 포털 부문과 소셜(카카오톡) 부문으로 재편해 합병 이후 경쟁력 약화설에 시달리던 다음 포털의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고, 지난해 3월에는 팀 차원에서 ‘선물하기’와 ‘장보기’ 등을 맡던 데서 커머스 사업부문으로 확대해 미래 성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송지호 카카오공동체성장센터장
카카오 관계자는 “삼성은 단말기를 기반으로 구글은 OS를 기반으로 AI 시대를 선도하려 하는데 우리는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서비스의 경쟁력을 기반으로 AI 플랫폼 회사로 변신할 것”이라며 “AI연구소 격인 카카오브레인은 김범수 의장이 직접 챙기고 있고, 카카오의 기존 서비스와 접목되는 AI는 AI부문으로 존재하면서 임지훈 대표가 챙긴다”고 설명했다.

한편 합병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프렌즈 분사(2015년 6월), 관계사 포도트리의 자회사 영입(2015년12월) 및 1250억 원 투자 유치(2016년 12월), 다음웹툰 컴퍼니 포도트리 CIC로 독립(2016년 9월), 카카오메이커스 분사(2016년 10월), 카카오페이 분사 및 2억달러 투자유치(2017년 4월), 카카오모빌리티 분사(2017년 8월 예정)및 5000억 원 투자유치 등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분사와 투자유치에 나섰다.

또한 키즈노트(2014년 12월), 케이큐브벤처스(2015년 3월) SNS서비스 패스(Path) 인수(2015년 6월), 록앤올(2015년 6월), 카카오게임즈(2015년 8월),로엔엔터테인먼트(2016년 3월),파킹스퀘어(2016년 4월)등 70여개(관계사 포함)의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해 ‘카카오그룹’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이중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고전해 단계적 철수설이 제기되는 패스를 제외하면, 파킹스퀘어 서비스가 ‘카카오파킹’으로 준비되는 등 카카오 본체와 시너지를 내고 있다.

카카오가 최근 ‘공동체성장센터’를 설립하고 인도네시아에서 패스사업을 했던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를 센터장으로 선임한 것도 본사와 계열사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함이다.

김범수 의장이 NHN USA 대표로 있던 2007년경, CJ인터넷 북미법인 대표로 있던 송지호 패스모바일 대표와 인연을 맺었으면서 의기투합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송 대표는 2014년까지 카카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바 있고, 지금도 카카오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