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된 인공지능]이미 시동 건 무인車…4년 후 1000만대로 늘어날 것

by김형욱 기자
2016.03.16 06:00:00

자동차, AI 기술을 품다..구글·애플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
'오류 땐 생명 위험' 난제도..지난달 구글 무인차 접촉사고 인정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알파고가 자동차를 운전한다면, 자동차가 알파고 그 자체라면 어떨까.’

인공지능(AI) 자동차의 공습은 이미 시작됐다. 벌써 상당 수준이다. 알파고 개발사 딥마인드를 인수한 구글은 이미 6년 전 스스로 운전하는 무인차를 개발했다. 지금까지 큰 사고 없이 330만㎞를 달렸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LG, 삼성 등 다른 IT회사도 마찬가지다.

기존 자동차 회사도 10여 년 전부터 AI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최근 들어 연이어 성과가 나오고 있다. 아우디는 서킷(자동차 경주장)에서 랩타임(경주장 한 바퀴 도는 시간)을 쟀다.

미국 자동차 부품사 델파이는 작년 무인차로 아메리카대륙을 쉼 없이 횡단했다. 이 가운데 3테라바이트(TB)의 정보를 축적했다. 국내에서도 대형 세단 제네시스 EQ900이 서울 한복판에서 자율주행을 선보였다.

구글이 6년 전부터 시험주행 중인 무인자동차.
2014년 10월 독일 자동차경주장 호켄하임링 서킷을 역주하고 있는 아우디 RS7 기반 자율주행 스포츠카.
이들은 이렇게 축적한 데이터를 토대로 완성한 자율주행 기술을 조금씩 실제 판매하는 자동차에 부여하고 있다. 완전무결하다는 자신감의 결과다.

국산차도 중형 이상 대부분이 앞차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지능형 정속주행장치를 옵션 제공한다. 사람을 인식하는 급제동 경보·제동 장치도 있다. 차선 이탈을 알려주거나 유지해주기도 한다.

지난해 9월 국내 출시한 BMW 신형 7시리즈는 운전자 없이 스스로 주차한다. 올 6월 국내 선보일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10세대는 차선유지는 물론 깜빡이만 켜도 차선을 스스로 옮긴다. 아직 관련 법규가 없어 국내에 선보이는 시기가 늦춰졌을 뿐 이미 해외에선 ‘일상’이 됐다.

AI 자동차는 인간처럼 졸거나 실수하지 않는다. 오히려 운전자의 졸음을 인식해 위험을 알려주기까지 한다.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운전자의 목소리나 손짓만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술력 만으로만 보면 당장 운전자가 출·퇴근길에 목적지만 말하고 도착할 때까지 한숨 잘 수 있는 차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게 개발자의 설명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비아이 인텔리전스(BI Intelligence)는 자율주행 기술을 일부 적용한 차의 판매 규모가 2020년 1000만대가 되리라 전망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35년이면 전체 차의 10%가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기술이 연구개발(R&D) 과정에 더해진다면 더 빨라질 수도 있다.

기아 쏘울EV 자율주행자동차가 올 1월 운전 없이 스스로 주행하는 모습.
신중론도 있다. 바둑과 달리 자동차 운전은 한번의 오류나 실수가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이다. 알파고는 앞선 이세돌 9단과의 4국에서 궁지에 몰리자 이해할 수 없는 오류를 범하며 자멸했다. 이때의 알파고가 사고 위험을 인지한 자동차였다면 탑승자가 위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 시험 주행 중이던 구글 무인차도 최근 사고가 났다. 올 2월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구글 본사 인근에서 시내버스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시속 10㎞ 미만에서의 가벼운 접촉사고였고 인명피해도 없었다. 그러나 지난 열 일곱번의 사고 중 최초의 구글 무인차 측의 과실로 판명됐다. 알파고처럼 아직 완벽할 순 없다는 게 증명된 순간이었다.

구글이 캘리포니아 자동차 관리당국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무인차는 버스가 속도를 줄이거나 길을 양보하리라 판단했지만 버스는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더 큰 과제도 남아 있다. 해킹이나 전원 차단 같은 물리적인 공격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파고가 이 9단과의 대국에서 3연승 하자 사람들은 알파고의 전원을 차단하면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며 우스갯소리 했다. 그러나 AI 자동차에게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실제 외부 공격도 차단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가 IT업계와 비교해 AI 도입에 더 신중하고 때로는 배타적인 것도 운전자의 위험을 담보하는 자동차 그 자체의 특성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에는 이미 개발한 AI 기술의 극소수만 그것도 부분적으로 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최소한의 인간 제어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런 여러 어려움에도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이어지리란 건 누구도 의심치 않는다. AI가 불완전한 인간의 실수를 보완할 수 있으며 그만큼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독일 다임러그룹(메르세데스-벤츠)의 연구개발(R&D) 총괄 이사회 임원인 토마스 베버(Thomas Weber) 박사는 “30년 전 처음 일했을 때만 해도 (무인차에 대해)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10여년 전부터 꿈꾸기 시작했고 지금 그 상상이 실현되는 시대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올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6’에서 선보인 미래형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