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냐, 투자냐.."아파트 청약 조건 그때그때 달라요"

by양희동 기자
2015.06.10 05:45:00

실수요 많은 서울 도심..계약금 정액제 및 분납
초기 부담 낮추기 집중
투자수요 많은 신도시..계약금 높이고, 중도금 이자 후불제

△청약자 성향에 맞춘 계약 조건을 내세워 흥행 몰이에 나서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4월 경기도 하남 미사강변도시에서 분양한 ‘미사강변 리버뷰 자이’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를 찾은 주택 수요자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GS건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대우건설(047040)이 지난 4월 경기도 화성 동탄2신도시 A-1블록에 선보인 ‘동탄2신도시 2차 푸르지오’ 아파트(전용면적 74~84㎡ 832가구)는 분양가의 20%를 계약금(6400만~7600만원)으로 내걸었다. 통상 분양가의 10%인 계약금을 두 배로 높이면 청약자의 초기 부담이 높아져 분양 실패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1순위 청약에서 평균 58.5대 1, 최고 71.3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전 가구 마감됐다. 올해 들어 불붙은 동탄2신도시의 투자 수요를 믿고 계약금을 높인 게 적중한 셈이다. 현재 이 아파트 분양권에는 3000만~5000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은 상태다. 계약금 대비 수익률이 50~80%에 달하는 것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지만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청약 열기가 식을 줄 모른다. 건설사들은 한 명의 계약자라도 더 잡기 위해 다양한 분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청약자들의 성향에 따라 계약금과 중도금 등 가격 조건을 맞추는 것이 분양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 업체들은 실수요자를 잡기 위해 계약금 정액제 및 분납 등 초기 부담 낮추기에 집중하고 있다. 보통 분양대금은 △계약금 10% △중도금 60% △잔금 30%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계약금은 분양 당첨 직후 내기 때문에 청약자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보유 자금 대부분이 전세금 등으로 묶여 있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의 경우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쪽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이에 업체들은 실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권 등에서 계약금 정약제 및 분납 등으로 청약자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써 성공을 거두고 있다.

롯데건설이 지난 4월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선보인 ‘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아파트(전용 59~84㎡ 1236가구)는 1차 계약금 정액제(1000만~2000만원)를 적용했다. 그 결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4.15대 1로 전 가구 마감했다. 같은달 삼성물산(000830)이 광진구 자양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프리미어팰리스’아파트(전용 59~102㎡ 264가구)는 계약금 10%를 절반씩 분납하도록 했는데, 수요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1순위에서 평균 11.79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청약 마감된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실수요자 중심의 분양 단지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청약 및 계약률을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요소”라며 “이벤트나 경품보다는 실질적인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계약 조건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례·동탄2신도시와 하남 미사강변도시 등 투자 수요가 검증된 지역에서는 계약금을 오히려 20%로 높이고,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적용한 단지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시세 차익이 목적인 투자자 입장에선 초기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중도금 이자 부담없이 분양권을 전매하는 편이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흥행이 확실한 곳은 계약금을 높여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며 “이들 지역은 입주 전 분양권 거래가 활발해 계약자들이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계약금 20%와 중도금 이자후불제를 내건 ‘위례 우남역 푸르지오’ 아파트(전용 83㎡ 620가구)는 지난 8일 1순위 청약에서 430가구 모집에 무려 6만 9373명이 몰려 평균 16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에서 최고 청약률이다. 또 같은 계약 조건으로 GS건설(006360)이 4월 하남 미사강변도시에 공급한 ‘미사 강변 리버뷰 자이’ 아파트(전용면적 91~132㎡ 555가구)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3.88대 1, 최고 66.67대 1의 경쟁률로 미사강변도시 분양 역사를 새로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