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없는 '한국 드론' 미래가 없다

by채상우 기자
2015.03.31 02:59:00

제조기술력 선진국 82% 수준..SW는 전량 외산 의존
업계 "IT벤처가 SW 발전시켜야 드론미래 확보한다"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지난 4일 강원도 정선군 노추산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 무인항공기 ‘드론’이 등장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드론은 고도 200~300m 높이에서 산불 위치를 현장 진화요원에게 전달해 불길을 빨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데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최근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안 적조현상 예보사업에 드론을 시범 사용키로 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드론 이용으로 연간 수백억원의 비용 절감을 기대한다. 호남 평야에 자리잡은 수백만평의 농작물에 농약을 살포할 때도 드론이 사용된다. 드론은 항공에서 빠른 속도로 농약을 균등하게 살포해 인건비와 시간을 단축시킨다.

최근들어 드론이 우리 산업과 생활 곳곳에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기는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게 관련업계의 판단이다. 특히 국내드론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기술, 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SW) 기술개발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종합.
산업통상자원부의 산업기술분류표에 따르면 국내 드론 산업의 기체 조립·설계분석 능력은 선진국의 82.2% 수준으로 격차가 크지 않다. 드론도 항공기 설계 및 조립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현재 15개사에 달하는 국내 드론 관련업체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퍼스텍, 엑스드론, 대한항공(003490) 등도 대부분 기체 조립과 설계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하지만 SW 분야를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드론에 적용하는 전문 SW업체는 전무해 전량 외국에서 수입한다. AI, 운영체제 기술, 충돌 회피 알고리즘 등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SW는 드론 생산비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분야다.



국내 드론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업계 추정) 수준. 세계 시장(71억달러,약 8조447억원)의 0.01% 수준에 불과하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드론 전문 SW는 현재 중국 드론전문 업체 ‘DJI’가 독점하고 있다. 2006년 설립된 DJI는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정부의 지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세계 드론전문 SW 시장의 50%를 차지하면서 지난해 매출 5억달러(5503억원)를 기록했다.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과 경쟁업체의 10분의 1에 불과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최대 드론 전문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드론 산업도 IT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SW 개발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이유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는 “국내 IT벤처기업 가운데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곳이 많다”며 “기술력을 드론 산업에 적극 활용한다면 큰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드론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은 IT벤처기업에 블루오션과 같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SW 개발과 함께 규제개선과 산학기관에 대한 전폭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는 드론에 대한 합법화 가이드라인마저 없는 상황이다. 드론 R&D에 대한 지원이 일반 연구소나 정부 기관에 집중된 것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진정회 엑스드론 대표는 “미래 성장동력인 대학생이 참가하는 대학연구에 정부가 지원을 해야 장기적으로 국내 드론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아직은 한시간 운항하는 데 그치는 배터리 문제와 기체 안전성, 높은 운용 비용 문제도 넘어야할 산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