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에 질린` 글로벌 투자자금, 주식→채권 이동중

by이정훈 기자
2015.01.11 08:35:15

EPFR 첫주 집계..주식형 121억불↓-채권형 140억불↑
이머징주식선 8주째 순유출..美 하이일드펀드도 이탈

글로벌 채권형펀드(푸른색)와 주식형펀드(붉은색) 누적 순자산 변동 추이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디플레이션(deflation) 공포,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에 연초부터 글로벌 투자자금의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safety)`가 강해지고 있다. 주식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신용등급이 높은 국채와 회사채 등으로 몰리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펀드 조사기관인 EPFR 집계에 따르면 올 1월 들어 첫째주(1~7일)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형 펀드에서 순유출한 자금이 121억달러(약 13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도 주식형 펀드에서는 1600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 바 있다.

주식형 펀드에서 이탈한 자금을 지역별로 보면 미국 주식형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128억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고,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에서도 13억달러가 순수하게 빠져 나갔다. 특히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에서의 순유출은 8주일 연속으로 이어졌다. 유로존에서도 3억달러가 순유출된 반면 일본 주식형 펀드에는 5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반면 올 첫째주 채권형 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에 순유입된 자금은 140억달러(약 15조2800억원)에 이르렀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 미국 고(高)신용등급 회사채 펀드에 3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그러나 채권형 펀드 가운데서도 고위험 고수익인 하이일드펀드의 경우 41억7000만달러가 순이탈했다.



이같은 자금흐름 변화는 이미 시장가격 변동에서도 어느 정도 감지된 바 있다.

국제유가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하고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유로존 등의 디플레이션 공포까지 가세하면서 주식값이 하락하고 시장 변동성을 크게 높아졌다. 반면 미국 10년만기 국채금리는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다시 1%대로 내려앉고 유로존 국채금리들도 제로(0)%를 향해 랠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J.J키나한 TD아메리트레이드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투자자들은 작년말에 함께 주식을 사재기하고 나서 연초에는 마음먹고 함께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라며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 역시 “지금처럼 유가가 크게 추락하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투자자들로서도 자신의 포트폴리오내 주식과 채권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를 재검토해야할 상황에 온 것은 분명하다”고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