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임현영 기자
2014.12.17 06:00:00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지난 12일 잔뜩 기대를 모았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가 끝났다. 미국의 폭탄 세일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가 한국에서 재연된다는 말에 꽤 소란스러웠다. 외국 행사를 그대로 따온 거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었지만 깎아준다는 말을 마다할 소비자는 없었다.
첫 행사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온라인몰들은 나름대로 쏠쏠한 장사를 했다. 행사가 시작한 9시부터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라는 말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내렸다. 쿠폰을 지급하면서 접속량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접속자 수가 적은 금요일이지만 역대 최고 금요일 접속자 수를 갱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찝찝한 부분이 많았다. 우선 캐나다 구스, 아이폰6 등 인기제품의 한정수량이 50개가 채 되지 않았다. 선착순 7명에게만 돌아간 제품도 있었다. 반값의 혜택은 선택받은 소수에게만 돌아간 것이다. 미끼상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시 정각마다 지급했다는 50% 쿠폰의 할인폭도 과장된 부분이 많았다. 이날 대부분 온라인몰에서 지급했던 50% 쿠폰의 한도는 최대 1만원이었다. 2만원을 사도, 10만원을 사도 1만원 할인이다. 50% 할인은 2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할 때만 성립하는 말이다.
이러다 보니 온라인몰에 판촉성으로 지급하는 쿠폰과 큰 차이가 없었다. 두 쿠폰의 할인폭은 대동소이했다. 오히러 블프 당일 발급한 50% 쿠폰보다 판촉성 쿠폰의 할인폭이 더 큰 경우도 있었다. 현재 11번가에서 발급 중인 패션 보너스 22% 쿠폰의 한도는 최대 1만원이다. 5만원짜리를 사면 블프날 받는 쿠폰과 할인폭이 비슷하다.
또 AK몰에서 자사 앱을 설치하면 발급 중인 20% 할인쿠폰의 한도는 2만원이다. 10만원 짜리 물건을 사면 2만원을 깎아준다. 최대 1만원 할인이라는 조건이 붙은 블프날 발급한 쿠폰보다 2배의 혜택을 누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한민국이 반값되는 날’. 이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의 홍보문구다. 한시적으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끄는데는 성공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데는 실패했다. 소비자들이 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열광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