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줄기세포 치료 제한적, 연골손상땐 수술이 해법
by이순용 기자
2014.08.14 06:28:14
[서동원 바른세상병원 원장]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새 축구 국가대표 감독 물망에 오르는 네덜란드 판마르베이크에 대해 쓴 언론 기사의 제목도 ‘제2의 히딩크’다. 히딩크가 방한할 때마다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된다. 지난달 하순 방한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방한 중에 올해 상반기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무릎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많은 뉴스들이 나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무릎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뒤 골프도 칠 수 있고, 가벼운 조깅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히딩크 감독의 무릎이 하루 빨리 좋아지길 기대한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 사례 하나가 곧바로 줄기세포 치료법의 성공을 다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어야 한다.
필자도 무릎의 퇴행성 관절염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치료제는 히딩크 감독이 받은 것과 같은 약제다. 줄기세포 치료제를 연골에 주사해 손상된 연골이 재생하게 하는 것이 치료법의 핵심이다.
현재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 치료는 국내에서는 크게 두 가지가 가능하다.
첫째는 타인의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들어진 의약품을 이용한 퇴행성 관절염의 치료법이다. 히딩크 감독에게도 이 방법이 사용됐다.
둘째는 자신의 골수(骨髓) 속의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는 적용할 수 없으며, 외상으로 인한 연골 손상에만 시술할 수 있다.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연골 치료법은 아직 연구 수준에서만 가능할 뿐 비용을 받고 환자에게 시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줄기세포 치료의 적응증은 아직은 제한적이다. 줄기세포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는 퇴행성 관절염도 일부다. 그런데도 마치 퇴행성 관절염에 완벽한 해결책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경계해야 한다.
현재의 의학적 기준으로 광범위한 연골 손상이나 십자인대 파열, 연골이 찢어져서 뒤집어지거나 벌어진 경우, 무릎의 뚜껑뼈가 바깥으로 밀려나는 경우, O자 다리, 어깨 회전건 파열로 찢어진 부위가 벌어진 경우, 습관성 어깨 탈구 등은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다. 즉 이런 문제는 수술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적응증’이 수술이다. 그런데도 수술을 제쳐놓고 이 경우에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더 좋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는 올바른 태도로 보기 어렵다.
히딩크 감독이 받은 줄기세포 치료가 효과를 나타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좋은 치료법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치료법들은 수천명에서 수만명, 때로는 수십만명의 환자를 치료해본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근거 중심 의학’이란 말은 현대 의학의 기본 중 기본이다.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진 ‘지맵’이란 약이 임상시험을 다 마치지 않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공급하는 것에 대해 미국 보건 당국이 매우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치료법의 효과와 안전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