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부동산 활성화’ 국회가 나설 때

by김경원 기자
2013.09.17 07:30:00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주택시장 회복 기미 보여
9월 정기국회서 부동산 관련법 통과시키길 기대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동양 고전 중 하나인 주역(周易)은 세상이 태극에서 비롯돼 음양(陰陽)으로 나뉘었다고 설명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음양은 진보와 보수로 볼 수 있다. 진보는 바깥으로 나가려는 성향이 강해 양(陽), 보수는 지키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음(陰)으로 분류될 수 있다.

부동산시장에서 진보와 보수는 집값 상승을 놓고 서로 다른 해법은 제시한다.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많은 진보는 집값 상승을 걱정한다. 이들은 집값보다는 전·월세 문제에 관심이 많다. 보수는 집값이 올라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주역은 ‘모든 것이 변한다(易)’고 가르치고 있다. 진보와 보수도 영원하지 않고 변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386세대다. 1980년대 민주세력의 아이콘이었던 이들은 이제 486세대 또는 586세대가 됐다. 젊었을 때는 진보 성향을 보였지만 한 가정의 가장이 되면서 보수로 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 중 일부는 여전히 사회운동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달랑 집 한 채를 샀다가 하우스푸어가 되기도 했다. 일부는 부를 축적해 편안하게 생활하기도 한다. 이들은 고가의 전·월세 문제와 집값에 관심이 많다. 약간의 자금만 있으면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8·28 전월세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주택 거래량이 늘면서 주택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국 주택거래량이 지난해 8월보다는 2.7% 줄었지만 지난 7월보다는 17.6% 늘었다.

주택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정부는 앞서 4·1 부동산 대책의 후속조치로 2016년까지 서울·수도권 공공택지 내 분양주택 17만 가구를 줄이기로 했다. 공급 조절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택 거래가 늘었다는 것은 시장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도 이를 주택 매매심리가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집값 상승 여부는 물가 상승률 기준으로 따져볼 수 있다. 집값이 소폭 오르더라도 물가 상승률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사실상 집값 하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집값은 그동안 꾸준하게 하락했다.

8·28 대책에서 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내놓으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생겼다. 수익공유형(연 1.5%)은 집값의 최대 70%, 손익공유형(연 1~2%)은 집값의 40%까지 자금을 지원한다. 생애 최초 주택자금 대출은 연 2.6~3.4%의 이자율로 대출해준다. 이들 상품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대출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이번 대책은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아도 상대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 준 셈이다.

시장에서는 전셋집 공급을 늘리거나 세입자·임대사업자를 지원할 수 있는 대책도 요구하고 있다. 전셋값이 연일 치솟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한 최고 해법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월세 대부분이 임대사업자보다 개인들이 공급하고 있어 양도세 중과 폐지가 공급을 늘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8·28 대책으로 부동산시장 회생의 불씨를 지폈다. 부동산시장의 눈길은 이제 ‘국회’로 향하고 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용, 리모델링 수직증축 등 거래시장 활성화 법안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돼야 시장 회생의 불씨가 제대로 타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장기 모기지 이자소득 공제 확대와 월세의 소득 공제를 확대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취득세 영구 인하도 통과될 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번번이 부동산시장의 발목을 잡아 온 국회가 이번 만큼은 주택 매매심리를 회복시켜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