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항암제 다 전액보장?" 딜레마 빠진 복지부

by장종원 기자
2013.04.26 06:23:30

4대 중증질환 포함 여부따라 혜택 '하늘과 땅'
비용효과 떨어지는 의약품 건강보험 적용 '논란'
복지부 "4대 중증질환 원칙 세우는 것이 우선"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중증 건선을 희귀난치성 질환에 포함해 주세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4대 중증질환보장 국민 참여방’에는 최근 이 같은 글이 250여 개나 달렸다. 중증 건선 환자들이 직접 올린 것으로 건선 환자단체까지 나서 글쓰기를 독려했다.

건선 환자단체 관계자는 “중증 건선환자는 한 번에 250만~300만원을 내야 하는 의약품을 평생 투여해야 한다”면서 “이번에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 대상에 꼭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암·심혈관·뇌혈관·희귀난치성) 전액 보장 정책에 따라 중증 건선환자에게 희귀난치성질환 포함 여부는 생사가 걸린 문제다. 4대 중증질환 보장 대상에 속하면 필수의료서비스는 거의 전액 보장받게 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혜택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4대 중증질환 보장 정책은 대상 질환을 어디까지 포함할지를 두고 첨예한 입장차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질병이나 질병군별 보장성 강화 정책을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기도 하다.

특히 비교적 구분이 쉬운 암과 달리 전 세계 7000여 종에 이른다는 희귀질환을 어디까지 포함하느냐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환자의 진료비 감면을 위해 관리하는 희귀난치성 질환 138종에다 일부 희귀질환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정도로는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복지부도 이 같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희귀질환 범위를 어디까지 포함할지를 두고 고민이 있다”면서 “일단은 환자들이 납득할 원칙을 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 공약 실현을 위해 복지부가 일반 국민, 전문가,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한 결과, 고가의 항암제 등 약제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가장 많았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대장암·폐암 등의 표적치료제 등이 대표적이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지만 사용일수나 적응증이 제한된 항암 관련 약제의 급여 적용을 늘려달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비용효과성이 떨어지거나 약효에 대한 검증이 미흡해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된 의약품이다. 한달 평균 500만~600만원이 드는 대장암 표적치료제인 아바스틴도 경제성 평가에서 탈락한 의약품이다.

4대 중증질환 전액 보장을 하려면 이 같은 의약품도 건강보험 적용이 불가피하다. 특히 고가의 의약품을 가진 외국계 제약사가 이번 제도 개편 논의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한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이번이 경제성 평가에서 탈락하거나 약가에 대한 견해차로 건강보험 적용이 안된 약들을 제도권에 넣을 기회라고 판단하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이 환자의 절박함을 이용한 제약사의 배만 불러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를 위해 일부 고가 항암제 급여화는 불가피하지만 비용 효과성이 떨어지거나 고가 의약품은 확실한 원칙을 갖고 접근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