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정보공유 확대' 논란..핵심쟁점은

by안혜신 기자
2013.04.09 06:10:00

[세종=이데일리 윤종성 안혜신 기자] 국세청에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개인·기업 정보를 넘겨주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 간 찬반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찬성론자들은 국세청의 정보 공유 확대를 지하경제양성화를 위한 재원 마련의 사전포석으로 보고, 효율적인 세수확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강조한다. 반대론자들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기업활동의 위축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때문에 신중한 입장이다. 그 이면에는 해당 기관 간 ‘밥그릇’ 싸움의 성격도 녹아 들어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지하경제 활성화 위해선 국세청 정보공유 불가피”

찬성론자들은 국세청의 개인 금융거래 정보공유는 세계적인 추세인만큼 거스를 필요가 없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세청이 아닌 다른 기관에서 갖고 있는 금융정보가 전혀 활용 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국세청이 관련자료를 제공 받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게 지하경제 양성화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국세청이 요구할 경우에만 FIU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4개국 가운데 21개국은 이미 과세관청에 금융정보 제공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명분을 지나치게 내세우면 오히려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보 접근이 제한돼 지하경제 양성화 속도가 지연되면 결국 이에 따른 세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유찬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도 “국세청이 현금거래관련 정보를 많이 갖게 되면 탈세에 대한 국가적 대처 능력이 커지는 만큼 지하경제 양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정보공유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조사대상을 좀 더 효율적으로 가려내기 위해 필요한 수단일 뿐 전혀 근거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정보 공유를 저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다만 파생될 수 있는 우려를 줄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사생활 침해 우려..“신중해야”

공정거래위원회 안팎에선 세금 징수를 위해 대기업의 내부 거래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야 한다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의 발언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항변은 못하지만, 조심스럽게 반대의 기류가 감지된다.

정보 보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법을 바꾸면서까지 공정위의 내부 자료를 국세청에 넘겨주는 게 적합한 지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공정위의 기업거래 자료를 국세청과 공유하겠다는 발상은 상당히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정보활용의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정부의 논리는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부장은 특히 “정보 공유의 목적이 과세·처벌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면 더욱 법 개정이 힘들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의지가 있어도 법 개정을 위해 국회의 동의를 얻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공정위가 국세청에 내부 거래 자료를 넘겨주기 위해선 국회의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사생활 보호·인권 침해 논란 등을 완화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설득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도 “공정위의 자료를 법원이 아닌 다른 행정관청에 넘겨주는 것은 공정거래법에 명기돼 있지 않다”면서 “이는 부처 간 업무 협조 차원을 넘어서는 일인 데, 법적근거 마련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주신분들=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 김유찬 홍익대 경영대학원 세무학과 교수, 김재진 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