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시리즈 호랑이코 디자인, 계속 진화할 것"

by김자영 기자
2012.09.23 07:04:45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총괄 부사장
"정의선 부회장, 車기업 창조 중요성 아는 사람"

[이데일리 김자영 기자] “BMW는 앞쪽 라디에이터 그릴을 절대 바꾸지 않는다. 그것이 아이덴티티다. 기아자동차(000270)도 이같은 아이덴티티(Identity)가 필요했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디자인 총괄책임 부사장은 지난 20일 기자와 만나 기아차의 K시리즈의 패밀리 룩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아이덴티티로 설명했다.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
(사진제공=기아자동차)
유럽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서 명성을 날리던 슈라이어 부사장은 기아차로 영입된 후 3~4년의 준비작업을 통해 2010년 첫 작품으로 K5을 선보였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만큼 적지 않은 핀잔과 야유도 쏟아졌다. 일각에선 슈라이어 부사장의 디자인이 ‘아우디나 BMW의 짝퉁’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아우디에서 돔모양의 TT를 디자인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폭스바겐으로 옮겨 골프 5세대 등을 탄생시켰던 장본인이었던 슈라이어 부사장이 이같은 비판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이후 슈라이어 부사장의 K5 디자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높은 판매실적에 힘입어 어느새 사그라졌고, 지금까지 출시된 K7, K9, K3은 ‘호랑이코 그릴’, ‘슈라이어 그릴’이란 기아차의 새로운 대표 패밀리룩 명성을 얻고 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K시리즈의 초기 디자인 오명을 ‘간결’과 ‘지속’이라는 두 단어로 해명했다.

그는 “과거 기아차의 디자인 정체성은 중립적이었다”면서 한마디로 기아차만의 특유한 감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그는 “K5의 출시를 시작으로 기아차는 K시리즈만의 그릴을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찾았다”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호랑이코 그릴은 진화하고 있으며, 주력 아이템으로 계속 가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아차의 정체성은 지켜가면서도 누구와 닮았다는 비난에서는 멀어지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K5는 그릴 뿐만 아니라 차의 뒷부분에서 뒷창문까지 이어지는 후면부는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디자인”이라며 “주행 중일 때나 정지해 있을 때나 멋있는 차”라고 자랑했다. 특히 국내는 물론 미국 등 해외에서도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K5, K7의 자신감과는 달리 기아차의 대형 플래그쉽 K9의 최근 판매실적에 대해 언급하자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그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기아차가 대형 럭셔리 세단에 처음 발을 들인 만큼 어느 정도의 품질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평가와 신뢰를 받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도 똑같이 경험했던 일이기에 판매 급감이 반갑지만은 않지만 실패작이라고까지 단언할 일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2006년 기아차로 자리를 옮기며 일년의 반은 유럽에서 반은 한국에서는 보낸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자동차 시장이 새롭게 바뀐다”면서 “또다른 시장이 형성되고 다양한 차종이 한국시장에 들어오고 있는 것을 몸소 실감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변화와 고객의 니즈(Needs)가 빠른 시간에 다양해지면서 세계 어느 곳에서보다 트렌드 변화를 쉽게 읽는 시장이 한국이라는 것.

그는 “한국 자동차 시장을 보면서 고정된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면서 “업체들이 계속해서 새롭고 다양한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인터뷰 말미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 대한 고마움도 표현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정 부회장은 자동차 기업에서 창조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아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고민이 생길 때면 터놓고 의논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