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반등폭 축소..`리먼 자구책 의구심`

by김기성 기자
2008.09.11 06:00:23

`리먼 자구책 발표` 급한 불 껐지만 신뢰 못줘
리먼등 금융주 동반 하락..WaMu 이틀째 급락
원유주 상승 `많이 빠졌다`..페덱스+TI 상승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10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리먼브러더스의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소폭 반등하는데 그쳤다.

리먼이 상업용 부동산 자산 분리 매각 등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전날 증폭됐던 유동성 우려감에 대한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신뢰감을 주지 못한 결과다.

특히 전날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이어 무디스도 리먼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자구책 발표 이후 오르내리던 리먼이 7% 하락세로 마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따라 주요 지수는 장후반 상승폭을 급격히 축소했다. 금융주는 일찌감치 하락 대열에 합류, 주요 지수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원유주가 과도하게 빠졌다는 인식에 힘입어 동반 상승하고, 실적을 등에 업은 페덱스와 텍사스 인스트루먼츠 등이 오름세를 타면서 주요 지수가 상승세를 지켰다.

`리먼 효과`로 한때 100포인트 이상 올랐던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38.19포인트(0.34%) 상승한 1만1268.92로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232.04로 7.53포인트(0.61%) 올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89포인트(0.85%) 전진한 2228.70으로 거래를 마쳤다.

◇`리먼 의구심은 여전`..3Q 사상 최대 39억弗 적자-자구책 발표

유동성 위기에 휩싸여 있는 리먼브러더스가 자금 조달과 부실자산 처리를 위해 상업용 부동산 자산부문을 떼어내고 핵심 자산운용부문인 누버거 버만의 대규모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또 연간 배당금을 종전의 주당 68센트에서 5센트로 대폭 삭감해 4억50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해 나가기로 했다.

리먼은 이날 이러한 내용의 경영난 극복을 위한 자구책과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리먼의 3분기 순손실은 158년 역사상 최대인 39억달러(주당 5.62달러)를 기록했다. 이같은 적자 규모는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월가 전망치인 22억달러를 크게 넘어선 수준이다. 팩트셋 리서치의 집계치인 주당 순손실 2.81달러도 웃돌았다.

리먼의 시가평가(mark-to-market) 손실은 78억달러에 달했고, 주택 모기지 익스포져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 56억달러의 부실자산을 상각처리했다.

리먼은 유동성 위기 타개를 위한 자구책으로 자산운용사 누버거 버만을 포함해 자산운용그룹의 지분 55%를 매각하기로 했다. 또 상업용 부동산 분리 매각은 내년 1분기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업용 부동산 분리 매각은 `스핀코(Spinco)`로 불리는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다.

리먼은 전날 산업은행과의 피인수 협상이 종료됐다는 소식을 계기로 회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자 당초 18일로 예정됐던 분기 실적 및 자구책 발표를 일주일 이상 앞당겨 실시했다.

그러나 월가에선 급한 불은 껐지만 신뢰를 주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특히 무디스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리먼의 주가는 7% 하락세로 마감했다.



무디스는 "강력한 파트너사와의 전략적 거래가 성사되지 못한다면 리먼의 등급을 강등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뮤추얼 등 금융주 `동반 하락`..원유주+페덱스+TI `상승`

금융주는 리먼의 자구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오전장부터 동반 하락했다. 금융불안이 단기간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인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메릴린치(MER)와 골드만삭스(GS)는 각각 5.9%와 2.5% 떨어졌고, 씨티그룹(C)은 1% 밀렸다.

특히 미국 최대 저축대부업체인 워싱턴 뮤추얼(WM)은 오는 12월부터 적용되는 미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의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수자 물색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30%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잠재적 인수자들은 자산을 매입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야 하는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부담 때문에 워싱턴 뮤추얼과의 인수 협상을 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에도 워싱턴 뮤추얼의 주가는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로부터의 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여파로 20% 가량 급락한 바 있다.

반면 원유주는 S&P500 에너지 지수가 지난 2007년 3월 이후 가장 저평가됐다는 소식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동반 상승했다.

미국 최대 원유 메이저인 엑손 모빌(XOM)은 2.7% 올랐고, 2위 업체인 셰브론(CVX)은 3% 전진했다.

세계 최대 택배업체인 페덱스(FDX)는 에너지 비용 감소로 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넘어설 것이라는 발표에 힘입어 3.6% 상승했다.

세계 최대 휴대폰용 칩 생산업체인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XN)는 휴대폰 수요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매출 전망치를 유지했다는 소식에 0.6% 올랐다.

◇유가 이틀째 하락..`美 수요 감소`

국제 유가가 이틀 연속 하락세로 마감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로 에너지 수요가 줄고 있다는 신호들이 유가 하락을 이끌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68센트 밀린 102.5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는 "하루 50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있고, 이를 줄여야 한다"는 압달라 엘 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배럴당 105달러 근처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국의 원유 수요 감소를 반영, 올해와 내년 전세계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지난주 미국의 정유시설 가동률이 급락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의 원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증거들이었기 때문이다.